포장마차 안에서 일회용 숯불에
구워지고 있는 키조개를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일월 찬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비닐하우스 그 건너편
밀물로 들어서는 바다를 보았다
제 몸을 지켜주던 껍데기에서 지글지글 끓고 있는 키조개도
저 바다에서 화려한 날들도 있었으리라
짝을 만나고 새끼를 치고
유유히 바닷속을 포유하면서 포만감에 젖어
행복한 날들도 있었으리라
내게도 있었다
순은처럼 빛나던 이마와
칠월의 녹음처럼 푸르르던 가슴이,
이제는
밀물로 들어서는 바다처럼
나에게로 왔던 사랑은
빗장을 걸어버린지 오래고
등 시린 들판의 서걱이는 마른 풀잎 같은
그대에게로 가는 길마저
히끗히끗 뿌리는 눈발이 지우고 있다
2001년 천안낭송문학회 ‘시와 울림’ 창간호에 실렸던 글로, 시인 권복례씨의 <일월의 바다>입니다. 천안낭송문학회는 천안문인협회를 모태로 태어나 현역작가들과 일반회원들이 함께 이끌어가는 순수문학단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