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주역인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이 자랄 수 있는 공간, 「어린이에게 도서관을 지어주자」는 토론회가 지난 20일(화) 오후 2시 뉴코리아호텔 2층에서 1백여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아산시민모임과 충남시사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아산시민들의 토론문화를 활성화하고 어린이의 권리를 어린이에게 돌려주자는 뜻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왜 공공도서관인가’란 주제로 우권배 책읽는사회운동본부 사무차장이 발제를 맡았으며 금산군의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 사례가 두 번째 발제로 발표됐다.
무엇보다 이날 토론회에서 관람자와 토론자들은 어린이에 대한 투자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앞으로 적극적인 서명운동을 통해 어린이 도서관을 지어보자고 나섰다.
<편집자 주>
우권배 책읽는사회운동본부 사무차장-어린이 도서관 왜 지어야 하나
시민단체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 2년 전 출범하면서 내걸었던 목표의 하나는 ‘공공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사회 인프라를 시설, 내용, 서비스의 세 측면에서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개선해 보자는 것이었다.
돈 없는 시민도 책은 볼 수 있어야 한다. 정보 접근의 기회 평등을 보장하는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시설은 말할 것도 없이 공공도서관이다. 평등한 정보 접근권이 시민권의 일부라면,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공적 시설인 공공도서관 인프라를 전국적으로 확보하고 내용을 확충하며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다.
어린이 도서관은 대한민국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이, 기본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갖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공의’ 어린이 도서관을 통해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보장된 기회 평등을 통해 ‘꿈과 능력을 키우며 자랄 권리’를 갖고 있다. 이것은 어린이에게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어린이 권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어린이의 이 ‘기본권’을 존중해야 하며 우리의 미래 세대를 잘 키워내기 위한 도서관 정책을 공공의 수준에서 입안하고 실행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내용을 공급하며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어린이도서관 선정은
문화방송 ‘느낌표’ 제작진과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최근의 ‘기적의 도서관’ 건립 프로젝트는 민간 부문이 정부 부문을 대신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어린이 도서관을 지어주자는 사업이 아니다. 우리가 그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정부 부문이 하도 움직이지 않으니까 민간이, 시민의 힘으로, 어린이 공공도서관을 몇 개만 지어 모델을 제시하고 궁극적으로는 정부와 지자체들이 나서게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현재는 40여개 지역이 신청 중이며 이중 올해 20여개 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다. 선정은 설계 시공, 컨텐츠 확충, 단계별 열린 토론회 조직 등 여러 가지 검토를 통해 선정하게 된다. 여기서 선정 이후 건립위원회 조직들과 설계 시공, 운영방안 조례제정까지 하고 있다.
김동기 금산군 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행정이 나서지 않으면 안 돼
금산군이 작년 1월, 첫 번째 사례로 됐다.
금산은 어느 도시보다 취약하다. 금산군은 어린이를 위한 독서 및 문화공간이 전무한 실정으로 도시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문화적 혜택이 부족해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건립은 금산군의 숙원 사업이었다. 금산군은 인구는 아산인구의 35%인 6만1천여명이다. 재정자립도도 15.9%로 충남도와 정부에 모든 재원을 의존할 처지다. 금산군에도 도서관은 한곳이 있고 문화공간은 문예회관, 문화원 등 10곳이지만 어린이를 위한 시설은 없다.
열악한 환경의 금산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금산군 여자 공무원이 MBC에서 어린이 도서관을 지어준다는 프로그램을 보고 무작정 신청서를 썼다. 몇 번씩 서울에 세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올라가 금산에 어린이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1월에 첫 번째로 금산군이 선정됐다. 선정되기에는 너무도 열악한 수준의 군이 어린이를 위한 시설을 하겠다는 간절한 열망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후 비용이 문제가 됐다. “최소 10억이 넘는 예산을 어디서 구하느냐”였다. 우선 김행기 금산군수가 부지를 제공했다. 또한 자부담으로 2억5000만원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에 군의회 의원들도 흔쾌히 허락해 줬다. 건축공사는 책읽는 사회운동본부가 추진하고 나머지 돈은 기부형식으로 들어왔으며 완공 후에는 금산군에 기부체납형식으로 준다. 그렇지만 운영은 군이 하지 않고 예산이나 운영비만 주고 공무원은 철저히 배제하고 어린이 서적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좋은 사업을 시군이 주도하지 않는다면 결코 어린이를 위한 시설은 시군에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공무원의 사고방식도 변화해야 한다. 어린이를 위한 투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만들어 주는 것이 행동이다. 이 행동을 행정이 앞서서 해야 한다. 금산군처럼 작은 군도 했는데 큰 시가 못한다면 행정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다.
김영미 아산동화읽는어른들의 모임 회장-어린이 위한 것 없는 아산
우리 단체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책을 선정해 주는 곳이다. 아이들은 주는 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 독서지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아산시의 교육환경은 전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아산시는 관광지라 눈만 돌리면 아이들에게 별로 보이고 싶지 않는 것들이 눈에 띈다. 또한 의사, 교사 등 재능 있고 이 땅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지식인층은 천안에 나가 살고 있다.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 그런 것이다.
아산시에 교육할 만한 곳이 있고 지도가 된다면 더 이상의 인력유출도 없고 여기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교육수준도 높아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은 아이들의 다양한 문화활동과 지도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아산시내 도서관은 자유스런 책읽기, 다양한 문화활동을 하기에는 아직은 요원한 실정이다. 도서관은 가장 가깝게 책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자유스런 책읽기가, 책을 읽을 동안 아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게 된다. 현재의 도서관은 어린이 보다 어른 중심으로 되어 있고 다양한 독서활동을 돕기에는 역부족이다.
앞으로는 아파트가 신축될 때마다 어린이 도서관 지어주는 것을 의무화하던지, 조례로 만들어 이 지역 꿈나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도서관에서 지역 어린이 문화프로그램, 연극, 옛이야기 들려주기, 직접 경험 등을 도서관에서 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활동이 늘어나면 어린이 전문서점도 생기고 어린이 교육이 탄탄해 질 것이다.
김성일 아산송곡도서관장-아산시 도서현황
아산시는 충남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는 아산도서관 한 곳과 아산시가 운영하는 둔포, 배방, 송곡 도서관 3곳이 있다. 이중 3곳을 본인이 관장하고 있다.
세곳의 건물은 총 1천3백28평이며 사서 1명과 일반직 공무원 등 총 10명이 근무 중이다. 전국 사서인력 평균보유 수준에 비해 29%에 불과하다. 어린이 열람실은 50평이고 장애인열람실 21평, 문화센터 1백80평 정도가 된다.
3곳의 도서보유는 6만2158권이다. 이중 아동 도서보유수는 2만790권이고 나머지는 일반서적이나 참고서적이다. 세곳에서 도서가 겹치고 있는 것은 33% 수준이고 문학, 어학, 예술, 역사 등 다양한 서적을 보유하고 있다. 월평균 도서대여를 보면 3천3백40권이고 연간 4만5000권이 대출되고 있다.
어린이 도서실은 3개 도서관이 별도로 분리해 사용하고 있으며 회원가입을 받아 1일 3권 이내 대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여름, 겨울에는 어린이 독서교실을 개강해 운영하고 있고 주부독서회 모임을 갖고 있다. 배방도서관의 경우 컴퓨터 강좌를 열고 있고 다세대 아파트 중심으로 이동도서 차량을 순회 방문하고 있다. 1년에 두 번 책바꿔가기 장터를 마련해 헌책을 새책으로 바꿔가는 행사도 마련되고 있다.
올해는 디지털자료실을 마련할 계획으로 송곡 3억5000만원, 배방 1억1000만원을 들여 컴퓨터 및 기자재를 들여 놓을 예정이다.
주아영 충남시사 기자-시민들이 나서야 할 때
아산시도서관 현장을 가 보았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시때때로 도서관을 들러봤다. 오전에는 주로 취업준비와 공부하러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후에는 학생들이 주로 많은 편인데 사실 초등학생이나 유년기 아이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또 이용한다고 해도 마땅히 앉을 의자가 없고 바닥이 시멘트라 차가워 아이들이 주춤거리다 가기 일쑤였다.
도서관에 가기 위해서는 또 목숨을 걸어야 할 형편이었다. 보행자 통로가 협소해서 어른들이 지나가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게다가 대형트럭과 승용차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통과하고 있었다. 부모와 함께 가지 않으면 도서관 자체를 간다는 게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버스를 탄다고 해도 30분씩 기다려야 했고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부모가 책 한권 읽기 위해 30분씩 버스를 기다리고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갈 수 있는 여유가 있을까 싶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도 도서관 근처에 사는 아이들은 도서관을 자주 찾고 있었고 익숙한 솜씨로 책을 찾는 것을 보았다.
어린이 도서관 기획기사를 쓰고 난 후 주부들의 문의가 많았다. 진짜 아산에 지을 수 있는지 하는 문의였다. 설명을 듣고는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관심도 많이 가져주었다. 그러나 정작 아산시에 이런 토론회가 있다고 하니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은 여성이 당락을 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부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또 원하는 것을 해준다면 정치인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텐데 아쉽다.
정치인이야 어쨌든 시민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아이들을 위해 수십만원짜리 교재도 사주면서 어린이들이 공동으로 볼 수 있고, 갈 수 있고 문화적 향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미래의 교육을 일구는 터전이 될 것이라고 본다.
단순한 토론회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시민의 역량을 모아 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어린이 도서관 건립시 고려할 사항
1. 건립 이후 도서관 운영 주체는? 지자체는 건립 이후의 도서관 운영을 책임질 의지와 계획이 있는가?
2. 지자체가 운영주체이고자 할 때 운영 예산, 고용 규모, 컨텐츠 구입비, 사서 임용의 퍼센트 등을 규정한 운영 계획이 준비되어 있는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언제? 기적의 도서관 건립위가 어떤 운영 조건을 요구한다면 그걸 수용할 용의가 있는가?
3. 민간이 주체일 때 운영 형식은 무엇이며 운영비는 어떻게 조달하는가? 지자체 지원이라면 지원 규모? 민간지원 조달의 방법은?
4. 현지에 도서관을 건립 운영하려는 자발적인 주민 조직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조직(조직명, 대표자, 활동 상황, 성과)? 이 조직의 능력은?
5. 지자체가 민간에 위탁 운영코자 할 때, 운영을 맡을 지역사회의 역량 있는 단체나 조직이 있는가?
6. 현재 해당 지자체 관할 지역 내의 공공도서관 수, 예산 규모, 장서, 종사 인원과 사서의 수 파악. 인구와 도서관 대비.
7. 어린이 도서관 프로젝트로 지어지는 어린이 도서관들의 전국 협의체가 만들어질 경우, 그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가? 그런 협의체의 결정 사항을 준수하고 협력할 의사가 있는가?
8. 도서관의 효율적 운영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자체의 조례를 개정할 의사가 있는가?
9. 어린이 도서관 건립에 대한 주민 요구가 있는가?
10. 해당 지역의 역사, 문화, 전통, 인물, 자연 등과 관련하여 어린이 도서관의 설계, 내부장식, 명칭 등에 반영하고 싶은 독특하고 고유한 주제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