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형의 틀 안에 있던 세상이
아치형 문으로 보면
푸른 벌판에서 구르다 나온 마음같이
따뜻하고 보드라운 풍경으로 온다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었다
그녀의 말이 동시에 찍혔다
‘죽으면 썩어질 몸’인데 조금 더 하면 어떠냐고
세금 계산을 거저 해 주었던 그녀다
그녀의 아치형 눈이 같이 찍혔다
나도 물들고 싶어 입 꼬리 올렸다
-시가 오는 순간/ 김다원
누런 봉투를 든 그녀의 얼굴이 누런 봉투 같았습니다. 일을 마치고 내 일을 해 주느라 늦은 것을 아는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죽으면 썩을 몸인데 괜찮아요.” 내가 모르는 분야는 늘 어렵습니다. 전문가의 손길을 잠시 공짜로 빌려놓고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시인 김다원(64)은 역사를 전공한 교사출신으로, ‘허난설헌 문학상’과 ‘천안시 문화공로상’을 받았다. 지금은 천안수필문학회 회장이자 충남문인협회 이사, ‘수필과 비평’ 충남지부장을 맡고 있다. 시인으로서의 그는 첫시집 ‘다원의 아침’에 이어 ‘천안삼거리’, ‘보내지 않은 이별’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