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는 지난 18일 제238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를 통해 2021년 천안시 본예산을 최종 의결했다. 의회는 상임위 예산심의 결과 48건 154억여원을 삭감했고, 국민의힘 소속의원들이 18일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제출하며 일부라도 살리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힘은 강력했다.
수정안을 대표발의한 이은상 의원은 제안설명을 통해 상임위(복지문화위원회)와 예결위는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진행과 토론종료로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예결위가 제출한 2021년도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표대결로 갔지만 수정안은 찬성 9표(반대 16표)로 부결됐고 예산결산위원회가 제출한 154억원 삭감된 예산안이 확정됐다.
최대규모의 삭감! 천안시의회(의장 황천순)가 칼을 갈았다. 정확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원들의 ‘일방적’ 결정이다. 이를 정치적인 문제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간 다수 시의원들과 시장의 소속정당이 같았다면, 지난 보궐선거를 통해 다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천안시장은 ‘정당’이 다르다. “설마 정당이 다르다고 그런 것은 아니겠죠” 하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 앞에 이번 2021년 본예산은 사상최대 154억여원이 삭감됐다.
▲ 복지문화위원회의 심사 전경.
전체삭감액 2억원일 때도 있었는데…
상임위 삭감소식에 충격을 받은 천안시는 ‘코로나19에 대응해 지역경제를 회복시켜야 하는 내년 예산안’이라며 ‘어이없는 발목잡기로 휘청한다’고 대놓고 비판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일상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경기 물꼬는 어떻게 틀 것인가. 2021년 예산안이 의회 예비심사 단계에서부터 사상최대규모로 삭감돼 시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문제삼았다.
천안시 2021년 예산은 모두 2조2600억원이다. 시는 ‘2016년 본예산에서 56억원이 삭감된 이후 최대규모의 삭감액’이라며 불만을 토했다.
예전과 비교하면 얼마나 파격적인가 알 수 있다. 2018년 본예산에서 천안시의회가 삭감한 내역은 단 1건(2억)에 그쳤다. 경로당 증축공사를 예산절감 차원에서 자른 것이다. 2019년에는 10억9500만원을 삭감했다. 물론 과정에서 경제산업위원회가 삭감했던 39억원은 다시 부활했다. 2020년 예산 또한 삭감액이 8억5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삭감내역을 보면 ▶경제산업위원회에서 시설관리공단 전출금 12억원,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 용역 9000만원 등 6건 14억원 ▶복지문화위원회에서 흥타령춤축제 운영 24억원, 천안시문학관 건립 45억원, 지역문화예술행사지원 4억원, 야구장 기능개선 15억원 등 22건 102억원 ▶건설교통분과위원회에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운영 23억원 등 17건 39억원이다.
삭감액이 큰 예산은 시설관리공단 전출금 12억, 흥타령춤축제 24억, 천안시문학관 건립 45억, 야구장 기능개선 15억,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23억이다. 이들이 차지하는 116억원을 제하면 삭감액은 39억원으로 줄어든다.
천안시는 삭감된 예산이 대부분 복지문화위원회(102억 삭감)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문화예술인과 체육인들의 활동에 직접적인 제약을 가하게 됐다는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시는 익명의 관계자를 빌어 “전통지역축제와 문학관 건립 등 필수적인 문화체육분야를 단순히 소모성 경비로 판단해 삭감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회는 나름 예산삭감내역에 대해 ‘행사성 사업을 축소하고 취약계층 지원 등에 재정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공연·행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내년사업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는 ‘세심하게 준비했던 재정운용방향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복지문화위원회(위원장 김월영)측은 “행사성 예산은 민생안정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5일 새벽 4시가 넘도록 이어진 예비심사와 관련해 “천안시가 복지문화위로 편성·제출한 예산안 8419억원 가운데 축제 등 행사성 예산 101억여만원을 삭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월영 복지문화위원장은 “불요불급한 축제와 체육행사 예산을 삭감하고, 예비비를 천안의 경제회복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시민에게 지원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긴급생계비 지원, 대출이자 지원, 임대료 직접지원에 예비비를 사용해달라”고 주문했다. 이같은 예산삭감은 불가피한 결정임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대폭삭감한 건 의회가 아닌 '민주당의원들'
하지만 일부 의원은 생각이 달랐다. 현재 복지문화위원회(6명) 구성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측이 김월영 위원장을 비롯해 이종담·김선홍·박남주 의원이며, 국민의힘 의원은 이은상·이준용 의원이다. 위원장은 차치하고 대부분의 결정이 다수결에 따르다 보니 4명의 민주당 입김은 막강한 상황.
이은상(국민의힘) 의원은 “이준용 의원과 저의 의견은 무시한 채 민주당의 일방적 심사였다”며 “우리의 발언은 그들에게 아무런 영향력도 없었으며 허수아비 취급했다”고 전했다.
그는 흥타령춤축제 같은 경우 황천순 의장과 박상돈 시장의 사전 협상안도 있었다. 국비를 보조받는 지하주차장 설치건은 수용하는 쪽으로 삼거리공원을 진행하자고 정리됐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기존대로 ‘원안통과’만을 주장해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2019년 상임위가 삭감한 50억중 예결위를 통해 39억원을 부활시키기도 했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일부라도 부활될 사업이 있겠는가 싶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17일 예결위 심사와 18일 본회의 의결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였고, 154억여원의 삭감은 그대로 최종의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