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마음을 아무리 유혹하여도
돌아갈 곳은 내 집 뿐인 것은
변하지 않은 존재가 그 곳에 있는 까닭이다
행복을 시샘하는 역신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코로나19
세상은 구름과 안개로 혼미하게 되고
사랑하는 것을 하나 둘 빼앗아 가기 시작했다
지키려 아우성치던 고통의 순간
푸른 듯 하얀 비늘 옷으로 온 몸을 감싸고
큰 투구를 쓴 동해 용왕의 아들이 나타났다
아내를 앗아간 역신을 굴복시키려고
자신의 얼굴이 곰보가 되는 줄도 모르는
두려움을 이긴 처용이 우리를 지키러 왔다
그 얼굴에 주목하라
역신이 벌벌 떠는 그의 형상인 마스크를
내 숨이 오가는 입구에 반드시 걸어두자
나를 위함이 곧 너를 위함과 다르지 않으니
구름과 안개가 걷히는 그날이 오면
마음껏 코로나 숨 좀 편히 쉬면서
처용을 얼싸안고
서블 밝은 달 아래 밤들이 노닐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