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성 선거계장.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은 불구경, 싸움구경이라지만 지난 제46대 미국 대통령선거 과정과 결과를 관전하는 재미도 이에 못지 않았다. 역대 최다득표로 당선된 바이든은 트럼프의 선거 법정소송으로 인해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민주정치가 어떤 성숙한 모습을 보이게 될지 4년동안 지켜볼 일이다.
‘패배 불복’ 이라는 자극적인 프레임에서 잠시 벗어나 이번 미국 대선을 자세히 보면서 꼭 배워야 할 점이 있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정치자금 시스템과 정치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통해 다수의 유권자가 정치후원금을 기부하고, 정치자금을 받은 정당·후보자는 유권자의 의사를 정책과 공약에 반영함으로써 정치 선진국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례가 부러운 이유는 ‘정치자금’ 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가 썩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경유착, 정치인 뇌물수수 등 언론에 비춰지는 정치자금의 뒷모습만 접함으로써 부정적 효과(Negative effect)로 인해 좋은 점은 보지도 못하고 볼 생각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닌가 싶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에는 필수적으로 돈이 수반된다. 숨쉬는 일에도 마스크가 필요한 세상에서 권력을 쟁취하는 정치에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당정치가 일반화된 현실에서 정당의 정치자금 수입은 정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이 때문에 정치자금법에서는 당원이 부담하는 당비와 국가가 지원하는 보조금, 정당이나 후원회에 기부하는 후원금,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는 기탁금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고정수입인 당비나 보조금만으로는 정치자금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정당의 부대수입은 들쭉날쭉한 경향으로 인해 지출의 항상성(恒常性)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라는 말도 있듯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기본적인 자금이 충당되지 않으면 한눈을 팔 수밖에 없어 불법적인 특정자본 세력이나 단체의 자금에 취약하게 된다.
이런 취약점을 없애고 깨끗한 정치문화로의 발전을 견인하는 장치가 바로 정치후원금 제도이다. 정치자금법으로 보장된 ‘정치후원금 제도’는 정치자금을 정당에 기부하려는 개인이 금전이나 유가증권 등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거나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직접 후원하고 싶은 경우에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후원회에 기부함으로써 일반 국민에게 정치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
좋은 목적만큼이나 참여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치후원금센터(www.give.go.kr)를 방문해 간단한 본인인증 후 선거관리위원회나 후원하고 싶은 후원회를 선택해 기부하면 된다. 또한 신용카드 포인트로도 간단하게 기부할 수 있으니 좋은 일에 좀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다.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문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너와 나의 작은 발걸음이 필요하다. 그 발걸음을 통해서만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가꿀 수 있다. 소액 다수가 참여하는 정치후원금으로 성숙한 정치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