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 이후 빨랫줄이 많이 늘어졌다.
추스르고 추슬러도 자꾸 처진다.
바지랑대를 곧추 세워본다.
오리나무 바지랑대가 후들거린다.
십리 먼저 지아비를 떠나보낸 요양원 아침,
식전부터 지어미가 화장을 하고 있다.
동백기름인 양 물비누 곱게 머리에 바르고
얼굴에 소독젤을 윤나게 바른다.
코로나19 이후 빨랫줄이 자주 출렁인다.
공들여 화장을 마친 지어미는
밥상이 차려져도 수저를 안 든다.
지아비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단다.
겹상이 아니면 밥알이 모래알이라고
눈감고 입 다문 지어미의 결기가
바지랑대 꼭대기에 아슴아슴 걸려있다.
위태위태 빨랫줄에 매달려 볕바라기 하고 있는
코로나19 마스크처럼,
-이병석 시인(천안)
1985년 천안문협 회원으로 작품활동 시작
1992년 <문예사조> 신인상
2001년 충남문학 작품상
2012년 제11회 정훈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