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갑자(甲子) 넘도록 농사지었으나
가사(家事) 외사(外事) 별 볼일 없고
피농은 아니지만 자식농사도 변변찮고
남은 땅뙈기도 옹색한 이즘
요양원 귀퉁이에 농막(農幕) 하나 지었다.
일손 놓은 노인들 반려인으로
묵은 개자리 파고 있다
요양원 날씨는 치매가 심해서
농막이 떠내려 갈 듯 폭풍우 몰아치다가
여우비 지나듯 해꽃나기도 한다.
평생 날씨가 그래왔듯
농사도 이와 어상반하니
농막이 아직 성할 때
누울 자리 잘 살펴 놔야겠다.
얼굴 찌푸리지 않고 쉴 만큼.
-이병석 시인(천안)
1985년 천안문협 회원으로 작품활동 시작
1992년 <문예사조> 신인상
2001년 충남문학 작품상
2012년 제11회 정훈문학상 수상
이 글은 그의 네 번째 시집 <하늘에 뿌리 둔 나무>에서 발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