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앉아서 장사하시는 게 좋겠어요.”
재래시장 한 켠에 어머니를 내려놓고 장사시키는 교사가 효실천 보람의 기장을 수상한다.
편안하게 집안에 모시는 것이 우리들이 생각하는 효지만, 일반적 상상을 뛰어넘는 효 실천이 오히려 감동을 주고 있다.
현경섭(43·신창초) 선생님은 ‘원하는 것 해드리기’가 효의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일주일에 한번 재래시장 장이 설때면 어머니 변원희(73·용화동)씨를 모시고 나간다.
현 교사는 3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중학교때 아버지를 잃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시장에서 장사해 적은 품삯으로 공부하며 거북이 등처럼 거칠어 가는 어머니의 손등을 보며 남몰래 눈물짓는 일이 한두번 아니었다.
그럼에도 다시 그런 어머니를 시장에다 모셔다 드리는 까닭은. 어머니가 그곳에서 즐거움을 찾기 때문이라는 것. 현 교사는 집 근처 밭을 경작하며 이곳에서 나온 소작물을 가지고 시장에 나간다. 시장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하며 어머니의 즐거운 하루를 부탁한다. 혹시나 갑자기 편찮으실까 싶어 연락처를 남겨놓고 신신당부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처음에는 오해하는 시장상인들도 많았다. 그러나 현 교사의 어머니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시장 사람들도 저런 것이 ‘효’구나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현 교사는 “힘들게 사신 인생인데 누군들, 어머니를 그렇게 모시고 싶겠습니까. 내보낼 때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하지만 어머니 마음 편안한 게 저에게 기쁨입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효자에게 보람의 기장상은 부담이 된다. “얼마 전 퇴임한 교사 중에는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평생 결혼하지 않고 산 분도 있는데 이런 상을 받는 것이 멋쩍기만 하다”고.
“작은 정성이나마 어머니를 돌볼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어머니가 조부모님께 보여주었던 효심때문이었고 또 아내의 배려와 사랑 덕분이었다”며 “며 “지금까지 편히 모시지도 못한 죄인에게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어머니께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현 교사는 계면쩍게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