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길이 있고 길 아래
길이 있어 딛는 곳이 행길인
아산역 북 카페에서 묻는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책에
밑줄을 그어놓고 간 그이는
무엇을 찾아갔을까
송사리 떼 쫓다가 개여울로
떠내려간 유년의 고무신 한 짝
어드메 묻혀 있을까
누구인지 모르지만 책 귀퉁이
살포시 접어놓고 간 그이는
무엇을 집어갔을까
징검다리 쪼그려 앉아 띄워 보냈던
토끼풀 모래톱을 간질이며
어디쯤 흘러갔을까
하굣길 보리밭에서 날아오르던
종달새 책갈피 행간에서 솟구쳐
허공 어디까지 올라갔을까.
-이심훈 시인(천안)
1988년 시집 ‘못 뺀 자리’로 작품활동 시작
1993년 충남문학대상 수상
2003년 ‘시사사’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