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비가 올 모양이다 개미들이
줄지어 알을 물고 이사 가고 있다
개미구멍을 진흙으로 막고 있다
번개가 전광석화처럼 치고 천둥이
세상의 불안을 일깨워 허공으로 차올렸다
살찐 몸으로 비상할 양력이 약해진
비둘기들이 주억거리며 광장을 배회한다
주머니 속 호두알 같은 불안을 만지작거리며
평화로움의 상징 뚱뚱한 비둘기를 믿는다
골목 변압기는 마음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며
슬그머니 불안의 압력을 조절하고 있다
일기예보보다 자신을 믿는 채송화가
임플란트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다
큰비가 올 모양이다 번개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듯
골목 변압기를 후려치고 지나갔다
불안이 농축된 컴퓨터가 지레 질려 꺼져버렸다
무소불위였던 가상공간이란 모두 헛것이다
머릿속은 낮달처럼 하얗게 비어
내비게이션 없이는 찾아갈 수 없는 두뇌회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둠이 해일로 덮친 골목
메꽃이 담벼락을 기어 넘으며 불안의
팡이실을 넉넉하게 퍼뜨리고 있다
-이심훈 시인(천안)
1988년 시집 ‘못 뺀 자리’로 작품활동 시작
1993년 충남문학대상 수상
2003년 ‘시사사’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