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공원에서 윷놀이를 즐기는 노인들.
따스한 햇볕이 내려쬐는 어느 평일날.
남산공원은 여느 때와 같이 서너패의 노인들이 윷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세 패는 노인이지만 멀찌감치 떨어진 한 패는 약간 젊은 장년층이 섞여있다.
윷가락도 반질반질, 던지는 폼도 꽤 익숙해 있다. 어떤 이는 중절모를 눌러쓰고, 어떤 이는 산발한 머리로 부시시한 채다.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훈수꾼도 적잖다. “말판은 아무나 쓰나. 그렇게 고집부리단 다 죽지, 암” 하며 말판은 신경쓰지 말고 던지기만 잘 하란다. 그래도 우기다 결국 잡히자 훈수꾼은 제 세상이다. “그럼, 그렇지. 내 말 들었으면 반은 이겼을 거 아닌 감. 던지기만 하래두 말 안 듣구. 내가 이래봬도 선견은 있지.” 이후로도 그의 수다에 귀아플 정도다.
이들은 둘이나 셋씩 짝을 이뤄 게임을 즐긴다. 한 게임 지나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다. 물론 짝을 맞춰 들어와야 된다. 그냥 하면 아무 재미없다는 이들은 꼭 1천원씩 묻어둔다. 윷 한번 놀 때마다 열마디 수다가 오간다.
언제 시간이 갔는지, 아침 10시 전부터 시작한 윷놀이는 여덟판쯤 가서 점심을 맞는다. 이긴 쪽에서 모아진 돈은 겨우 몇천원. 그래도 막걸리 한잔씩 걸치기는 충분하다. 이긴 쪽은 승리욕에 사로잡혀 걸쭉하게 한잔 마시고 진 쪽은 돈이 아까워 냅다 들이킨다. 훈수꾼이라 해서 그만둘 리 없다. 다 응원 덕이고 훈수 덕이라나.
한쪽에서는 버너와 이것 저것 음료수가 든 통을 가지런히 꺼내놓고 손님만 기다리는 아주머니도 있다. 이곳에서는 원래 장사할 수 없게 되서인지 언뜻 보면 장사치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갈 정도다.
오전에는 할아버지들만 모였던 이곳이 오후 들자 몇몇 할머니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오전에 이어 계속되는 윷놀이를 뚜렷이 관심갖지도 않으면서 벤취에 앉아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한낮의 봄볕을 즐기는가 보다.
녹음이 짓푸른 남산공원의 주변은 도심에 둘러 쌓였어도 상쾌함이 있다. 몇 십개의 계단을 올라서야 되는 남산공원은 시내가 사방으로 내다보여 쏠쏠한 풍광도 전해준다. 계단을 올라 바로 보이는 안내판에는 이곳이 오룡쟁주 지세의 여의주에 해당하는 곳으로 알리고 있다. 무녀들도 천안의 힘이 집중된 곳이라며 해마다 평안과 안녕을 비는 제를 지내는 곳이기도 하다.
아직은 소수의 노인들이 윷놀이 하나로 소일하는 곳이지만 시행정과 시민들의 관심으로 많은 볼거리와 놀이문화를 깔아드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