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일봉산 민간공원특례사업과 관련해 3년여동안 발생한 민원이 일단락됐다. 결과적으로는 서로 악수하며 화해하는 분위기니 다행이다 싶다.
민원은 그 규모가 크든 작든 엄청난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특히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에게는 매일 가슴에 못 하나 박히는 고통 이상을 수반한다.
일몰제로 인해 전국의 도심산은 변화를 맞게 됐다. 그간 공원부지로 옭아맸던 도심산이 사유재산을 인정하면서 올해 7월부터 용도해제된다. 도심산이 시민의 산으로 잘못 알고, 그 혜택을 오롯이 누렸던 시민들은 당황스런 일이다. 도심산이 한 두 개가 아니며 모두 매입하기에는 조단위 예산을 필요로 하게 되는 상황에서 시행정의 최선은 ‘민간공원특례사업’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이는 민간업체에 도심산의 30% 개발을 허락하는 대신 70%를 공원으로 조성해 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이에 개발로 인한 각종 소음과 부동산 가치의 손익문제, 환경적 폐해 등의 문제로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거세어지면서 지역의 현안문제로 대두됐었다. 결국 현 시장의 직권상정으로 주민투표에까지 붙여졌지만 ‘위험한 도박’이 아닐 수 없었다. 개표성립조건인 33.3%의 투표율을 넘지 못했지만 반대측은 할 만큼 했다는 명분을 얻고 특례사업을 받아들였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시행정은 ‘민원을 끊어냈다’는 안도함에 앞서 선출직 시장과 시행정간 일관성의 입장에서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시장이 바뀌면 그간 추진돼 왔던 주요정책이 뿌리째 흔들리는 현실은 지역사회에 매우 불안한 신호를 준다.
수많은 민주적 절차를 밟았고 의회를 통해 점검까지 마친 정책들이 원점으로 회귀하는데 걸림돌이 없다면 앞으로 ‘정략적’ 싸움은 더욱 거칠어지고 거세질 게 분명하다. 정책은 초기단계에서 최대한 논의하고 다툴 필요가 있다. 한쪽의 결정이 문제가 있다면 의회나 시민단체, 언론 등 다양한 비판 속에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 일봉산 특례사업과 관련한 민원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과정 속에서 잘잘못을 분석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민원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다만 민원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참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감정과 분노보다는 냉정과 이성으로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