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만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충남지부 아산지회장
“오늘의 인기상, 아산의 무지개 사물놀이패!”
KBS 제3라디오 「소리잔치 사랑의 가족 음악회」에서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게 된 ‘무지개’ 사물놀이패는 북채를 쥐고 꽹과리를 들고 박수를 쳐댔다.
빗물이 사물 위로 떨어지던 우사에서 사물놀이 연습을 했던 지난 99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단지 장애라는 놀림과 멸시를 벗어나 인간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 달에 공연이 3~4개에 이를 정도로 스케줄이 빡빡한 연예인이 되었다.
김재만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충남지부 아산지회장은 어려웠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만 해도 다들 못한다고 난리였죠. 악보를 볼 수 없으니 한 사람씩 가르쳐 줘야 하고 같이 장단 맞춰야 하는데 틀리기 일쑤고… 그런데 이런 날도 있네요”하며 김 지회장은 새삼 감회에 젖었다.
시각장애인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 협회내 무지개 사물놀이패를 조직해 북과 징, 장구를 연습해 왔다. 그때만 해도 북, 장구치는 연습을 마을에서 하면 시끄럽다고 내쫓기기를 수십번이었다. 동네 빈 우사나 먼 골짜기를 찾아 연습했고 그렇게 2년이 흐른 뒤에야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작년 장애인의 날 행사를 첫무대로 무지개 사물놀이패는 명성을 날리고 있다.
김재만 지회장은 “주로 장애우 시설과 단체에서 불러주고 있는데 우리가 한번 공연하고 나면 그들도 힘을 얻는다고 하니 봉사도 하고, 희망도 주고 얼마나 좋습니까”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아무도 안 도와줄 것 같은 절망 속에서 김철우 자원봉사자와 아산시청의 적극적 도움으로 무지개 사물놀이패는 지금의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얼마 전 장애인의 날 행사 일환으로 영인산 장애우 등반대회까지 마쳤다. 큰 일을 여러번 치른 시각장애인협회는 이제 장애라는 것이 소외와 멸시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의 따듯한 인정과 장애우들도 나서기만 하면 일반인에게 희망과 빛이 될 수 있다는 커다란 포부를 지니게 됐다.
임미경(시각장애3급) 사무국장도 마찬가지다. 사물을 빗물 적신 뭉그러진 수채화 마냥 분간하는 임 국장은 시각장애인들의 손과 발이고, 기댈 수 있는 의자다.
“공연 한번 가려면 전혀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전부라 임 국장이 나서서 의자를 찾아 앉혀주고 음식이 나오면 반찬 위치를 일일이 챙겨줍니다”라며 김재만 지회장은 임 국장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임 국장은 오히려 시각장애우들을 칭찬한다. “악보도 없이 음을 외우기도 힘든데 어렵게 협회까지 만들고 그 안에 사물놀이패까지 운영하면서 좌절하면서도 다시 일어서서 연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뜨겁다”고.
얼마 전에는 아산시가 사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방음벽까지 설치해 주어 사물놀이 연습을 실컷 할 수 있게 됐다. 점자연습도 마찬가지고 이제는 남부러운 것이 없다.
다만, 화기에 노출될 경우 사무실이 전소할 수 있어 건물 주변에는 아예 금연구역으로 되어 있다는 것. 또 공연 때마다 이동할 버스가 없어 임 국장이 개인적으로 아는 친구들에게 매번 부탁해야 하는 것을 빼면 뭐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싶다.
이들에게 이제 남은 것은 지금까지보다 더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길이다. 그래서 비록 육안으로 사람을 볼 수 없지만 심안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이 한번도 보지 못한 희망의 빛, 무지개를 보게 될 것을 그들은 믿고 있다.
문의:☎549-1141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충남지부 아산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