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사 생활 30년입니다. 어느 누구와 (실력을)겨뤄도 이길 자신 있어요.”
50을 바라보는 나이.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그(이종한·46)는 언뜻 보면 20대에 머문다. 동안의 얼굴도 그렇거니와 요즘 젊은이들이 머리를 색색으로 물들이는 것을 개성으로 여기듯 그의 ‘노랑머리’가 주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젊은 생각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대학갈 나이에 제2인생을 설계하는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쌍용동 주공7단지 상가에 ‘주공이용원’이란 문패를 단 지 13년째. 아내와 함께 이용원을 꾸려나가는 중 지난달 22일(화) 도내 기능올림픽으로 불려지는 충청남도 기능경기대회에서 당당히 금상을 수상했다.
“도내라고는 하지만 6명이 출전한 거라 뭐, 대단한 건 아니에요” 하며 웃는 웃음 뒤로 수백이 덤벼도 1등 할 자신이 있음을 내비치고 있었다. 기능올림픽에서 실력발휘한 거라며 보여주는 사진을 보니 기괴한 머리 모양뿐이다. 컴머셜, 멋내기 수염, 아이롱 퍼머라고 설명하는 그는 도면없이 롯드퍼머 및 핸드드라이를 각자 알아서 해보라는 주제도 제시됐었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관내 이용원은 1백84곳. 그러나 한때 서로의 기술을 자랑하며 자웅을 겨뤘던 기능올림픽이 쇠퇴, 최근에는 신청자가 없어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도내 경기에 약간은 맥이 빠진 듯, “오는 9월 전국대회에 도 대표로 출전자격을 얻었으니 맹연습할 겁니다. 상금도 600만원이나 되고, 전국 1등의 영예도 안을 수 있으니 멋진 일이죠” 한다.
비단 그의 목표는 전국대회만이 아니다. 오는 7월 전국에서도 몇 명 없는 기능장 시험을 치를 거란다. “기능장이 된다 해도 특별히 주어지는 건 없어요. 단지 명예고 자랑이죠.”
초등학교를 나오자마자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이용사의 길을 택한 그. 결혼한 지 3개월, 오로지 돈벌기 위해 리비아에서 3년을 보냈다. “그 때 번 돈으로 이곳 주공7단지에 번듯이 내 가게 차리고 자리잡게 된 거죠.”
남들 공부할 때 머리를 만지던 그의 열등감은 아내와 자원봉사로 극복했다. 8명이 이용봉사회(회장 김기남)를 구성, 한 달에 두 번씩은 관내 사회복지시설을 돌며 그들의 머리를 깎아주며 함께 행복해 했다. 아내도 한 달에 두 번 인근 쌍용사회복지관에서 미용 봉사의 보람에 빠져있다.
“나만 잘 살면 뭐합니까. 이웃이 잘 살고 나라가 잘 살아야지. 짧은 생애에 서로의 아픔을 돌보며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목표를 갖고, 밖으로는 이웃과 함께 할 줄 아는 그들 부부는 평범한 인생이지만 나름대로 성공스토리를 엮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