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던 연인들이 서로에게 관심이 없어진다면 백이면 백 헤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평생토록 함께 사랑하며 서로에게 관심을 보여야 할 사이인데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헤어지지 못하는 사이가 있다.
행정과 시민이 그런 사이 중 하나. 행정이 하는 일에 시민은 관심이 없다.
눈에 보이고 피부에 와 닿는 것만이 행정을 가늠하는 척도이고 그때만이 행정에 관심이 쏠린다.
행정은 이런 시민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때만 엎드려 있고 잠잠한 틈을 타 다시 허리를 펴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행정은 진행된다.
선장면 쓰레기매립장, 특정신문 보조금 지금, 주민계도지 문제 등이 시끄럽게 제기된 것이 엊그제 일같은데 시민들의 항의가 줄자, 슬그머니 그 자취를 감추고 있다.
아직도 아산시는 종합위생쓰레기 매립시설 및 소각장이 없다. 최종 후보지로 선장면이 지목됐으나 주민 반대에 부딪혀 현재는 소강상태에 있지만 이후 대책은 미비한 형편이다.
특정신문 보조금 문제도 전광판을 설치한다며 시에 1억2천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1월말까지 반납한다고 밝혔으나 소액만 지급된 채 아직 전부가 반환되지 않고 있다.
주민계도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각 중앙일간지, 지방일간지 등을 각 통·1이장에게 주민 계도용으로 나눠주며 시가 이 비용을 부담해왔다. 천안시는 이같은 보조가 사라졌으나 아산시는 2001년 상반기 예산에 반영되기도 했다. 하반기 추경예산에는 아예 반영되지 않았지만 극히 일부 언론에서 이를 반영하라는 목소리가 일자, 담당 공무원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은 사라진지 오래여서 인지 이런 문제가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상태다.
주민들이 침묵하는 사이, 시 행정은 주민을 제외시키고 달리고 있다.
한 번 사건이 나면 그 뿐이다. 행정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너희들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뭐’하면서도 추후에 어떻게 변했는지, 그 문제가 어떻게 종료됐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쏠리지 않는다.
일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들도 소신 행정을 펼 수가 없다. 시민들이 계속 관심을 갖고 그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간단한 질문이라도 시 홈페이지에 올린다면 태도는 당장에 변할 것이다.
진정 행정과 주민 사이에 애정은 식었는가. 아산시를 둘러싼 끊임없는 문제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아무도 대안과 대책에 대해 실천하며 행정을 견고히 하는 사람들은 없다. 항상 문제만 있고 해결은 없다. 따라서 참여할 수 있는 주민의 폭이 좁아지는 것을 주민 스스로도 알지 못하고 있다.
사이 좋은 부부도 갈라놓을 수 있지만 행정과 주민은 갈라 놓을 수 없다.
기왕 갈라서서는 안될 사이라면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사이가 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