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구정)이 돌아왔다. 음력을 세는 일은 점차 사라지지만 새해를 맞는 기분은 아직 설명절을 지내는 ‘음력’이 더 세다. 구정은 집안이 모이고, 나이도 한 살 더 먹고, 조상께 세배도 드린다. 물론 예전보다는 격식도 가벼워졌고, 사정으로 참석 못해도 ‘그러려니’ 하니 전통이 쇠락해져가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는 ‘개인주의’가 팽배해져가는 사회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대가족시대, 그 이전에는 씨족사회의 더불어사는 풍습이 있었다. 논농사든 집을 짓든 대부분 혼자서 할 수 없다 보니 ‘품앗이’가 생겼고 ‘두레’가 생겼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혼자서도 기계의 힘을 빌려 너끈히 할 수 있게 되면서 이같은 풍습은 점차 필요없게 되었다. 게다가 우리사회가 음력을 사용하는 이유도 ‘농사’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이다 보니 그 활용이 컸지만, 농업의 비중이 작아지고 농사에 필요한 음력의 계산법이 필요없어지자 국제적 양식에 맞춘 ‘양력’사용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개인은 집단의 반대개념이다. 집단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면 자유와 효율을 보장하는 개인의 입맛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명절이 버텨온 것은 집단사회를 살아온 세대가 남아있음이며, ‘전통’을 보전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즐거운 명절’이 되려면 지켜야 할 것들이 몇몇 있다.
첫째 신·구 세대의 조화에 노력해야 한다. 어르신은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자애롭고, 젊은이는 어르신들이 살아온 힘든 시절에 대한 존중감을 가져야 한다. 서로의 차이를 ‘몰이해’로 차단해버리면 명절은 그리 즐겁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다.
둘째, 1년에 맞는 명절은 추석과 설 뿐이므로 이때에라도 전통이 주는 온화함과 화합의 이치를 함께 누리기를 바란다. 팽이치기든 연날리기든 여러 전통놀이들은 같은 장소에서 함께 하는 놀이들이다. 요즘처럼 혼자서도 인터넷상의 게임들을 즐기는 놀이가 아니다. 전통놀이는 ‘함께’와 ‘즐겁게’가 녹아있다.
셋째, 덕담을 나누라는 것이다. 명절의 가장 좋은 점은 서로에게 ‘덕담’을 나눔으로써 지나온 삶을 위로받고, 앞으로의 삶에 격려를 받는 일이었다. 그런 덕담이 언제부터인가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들로 다툼을 유발하니 명절 자체가 싫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0년 구정 새해는 서로에게 진심을 담은 덕담으로 ‘즐거운 한 해’가 되길 희망한다. 다른 이에게 전하는 덕담은 자신의 행복에도 똑같은 덕담으로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