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요금 안 들게 하려고 머리 깎는다.” 김일상 의원은 한마디 너스레를 떤다.
삭발한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이기철(56·무소속)씨는 “다시 군대 간 기분이고 젊어진 것 같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아산시에 위치하고 있는 고속철도 역사 명칭은 ‘아산역’으로 불리는 것이 당연하다며 시의원 13명과 도의원 출마자들 2명이 삭발을 단행했다.
고속철도 IC 출·입 시설물의 명칭은 소재지의 시군급 이상의 행정구역 명칭을 사용한다고 규정되어 있다며 이들은 지난 16일(수) 오전 10시 아산시청 앞에서 삭발을 단행했다.
삭발 목적은 ‘아산역’을 관철시키기 위해서였지만 깎을 때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우리 깎고 나면 천안에서도 깎는다고 나서는 것 아니냐”고 묻는 의원에, “분위기 보니 안 깎을 수 없다”며 분위기 파악한 시의원이 연단에 올랐다.
한 의원이 염색한 위쪽 머리는 까맣고 깎아놓고 보니 머리카락 뿌리께의 하얀 것이 드러나자, 멋쩍은 듯 “뿌리까지 염색할 것 그랬다”며 웃어 보였다.
너무 표 의식 하는 것 아니냐고 기자가 묻자, 한 초선의원은 “주민 몇 명이나 기억해 주겠냐”며 “절대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정말 아산역이 되어야 한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언론을 의식한 몇몇 의원들은 언론인들 곁으로 다가서서 아산역에 대한 타당성 논지를 열거하면서 반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삭발은 승려로 출가했을 때, 병이 났을 때, 결연한 의지를 보여줄 때 주로 한다.
이들이 삭발한 이유는 아산역을 관철시키기 위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
취재진에게는 장난스런 표정도 보여줬지만 결연한 의지는 대단스러운 듯.
당분간 맨 머리로 본회의에 참석해야 하지만 “아산역이 관철만 된다면 무슨 상관이냐”며 “시민의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 더 일찍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죄송할 뿐”이라고 김상남 의장은 말했다.
이들은 이날 아산역을 관철시키기 위해 고속철도 역사가 있는 배방면 장재리까지 걷기 행사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