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넘게 천안시 편입을 주장해 온 아산 배방면 장재리 마을로, 가까이에 고속철도 역사가 들어서고 있다.
반인반수라는 말이 있지만 ‘반천안 반아산’이란 말은 생소할 것이다.
배방면 장재리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주민 생활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생활권은 천안에, 주거권은 아산에 있어 행정편익상 주민이 누려야 할 권리도 제대로 못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맹명호(장재리 2구)씨는 “지난 85년부터 천안 편입을 주장해 왔다. 94년에는 행정구역을 조정하라는 정부의 지시가 있었지만 주민투표 등을 막아 일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장재리 주민들이 천안 편입을 원하는 것은 생활권이 천안이고 아산에서 기득권을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 주민 대부분이 초등학교만 아산에서 나오고 중고등학교는 천안권을 다녔고, 직장이나 경제생활도 천안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 장재리 주민의 말.
국도 21호선 주변에는 상수도가 들어와 있지만 장재리의 대부분 지역은 상수도가 설치되지 않았다. 바로 옆 신방동에 수돗물 들어온 지가 벌써 5년이 넘었지만 천안지역이 아니다 보니 이 마을 앞에서 수도가 끊겼다는 것이 장재리 주민의 불만이다.
몇몇 장재리 주민은 천안에 둥지를 옮겨 천안사람을 주장하고 산다. 중고등학교를 천안에서 나왔기 때문에 아산보다는 천안에 입지를 펴기가 쉬운 것이다. 최근 3년간 장재리 1~4구까지 마을회관도 들어서고 소로도 났다. 주민들은 이를 보고 주민들의 천안 편입 주장을 무마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바로 옆 신방동과 백석동이 우후죽순격으로 성장을 과시하고 있을 때 장재리 주민들은 신도시 건설과 아산시의 무관심 행정으로 초가집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김문주 장재2리 이장은 성토했다.
환경편익시설도 마찬가지다. 농촌이다 보니 생활쓰레기 수거차가 한 달에 한 번 오기도 벅차하는 형편이고 보니 마을은 불법 소각장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건너편 신방동을 장재리 주민들은 힐끗 넘겨다보며 ‘편입이 됐더라면…’하고 군침을 흘리고 있다.
“천안, 아산의 행정 간극을 좁혔더라면 주민의 불편 부당한 일도 없었겠지만 역명이나 갖고 싸움하는 천안, 아산시에 뭐 기대할 것이 있겠냐”며 “그렇지만 또 생활의 편익과 자녀들을 위해 살아야 하는 주민들의 고통을 호소할 곳이 천안, 아산밖에 없으니 답답하다”고 강희영(48)씨는 말한다.
행정구역상 겪는 불편은 작은데서도 드러난다. 택시요금이 그중 하나. 배방면 세교리의 경우 아산시계를 벗어나면 할증요금이 붙기 때문에 1~2천원이 더 들어가야 하는 형편.
98년 천안시 편입을 주장하며 주민집단시위를 가졌을 때 아산시민의 반응은 더욱 냉담했다. 주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해하기 보다는 ‘또 무엇을 달라고 저러나’하며 바라보던 아산시민에게 장재리 주민은 서운함을 표시했다.
이명경 장재2리 부녀회총무는 “이제 편입보다는 행정적, 생활적 편익이 있었으면 하지만 위정자들은 주민을 표로 보고 역명을 결정할 수 있는 지역으로 볼 뿐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지역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며 “그러나 우리는 어느 곳이든 시민으로 존재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장재리 주민들이 행정의 편익을 못 본다면 염치읍 곡교리 주민도 성토할 것이 있다.
해마다 범람하는 곡교천이 그것. 곡교천 물은 천안의 크고 작은 지류들과 아산 지류들이 만나 강 깊이의 수위를 이룬다. 그러나 하수가 처리되지 않고 흘러내려 오다 보니 아산시 곡교천변 주변은 생활하수 냄새와 여름이면 물난리를 겪어야 된다. 작년에는 3백ha가 물에 잠겼고 오이, 토마토, 대파농가 2.5ha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천안보다 지대가 낮고 곡교천으로 들어오는 지류들의 관리와 배수가 안 돼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던 예고된 재해였다. 천안과 아산시가 미연에 공동방재 작업을 했더라면 주민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도 또 한차례 물난리가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