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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자전거 탄 목사

등록일 2003년04월1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애굽의 느고왕이 사탄의 민족인 갈그미스를 치기 위해 요시아왕에게 땅을 지나가길 청했다. 평소 요시아왕은 늘 자신의 땅을 노략 침범하는 갈그미스가 미웠으나 나라의 힘이 부족해 처단하지 못하고 있어 기도하던 차였다. 하지만 애굽도 만만치 않은 강대국이라서 땅을 빌려준다고 해도 나중에는 자신의 나라를 점령할 것을 우려해 요시아왕은 땅을 내준다고 하고는 군사로 변장해 느고 부대와 싸웠다. 그 결과 요시아왕은 너무 터무니없는 죽음을 당했고 성경책에는 예레미아 애가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요시아왕처럼 무고히 죽어 가는 백성, 이라크 국민들. 그들을 위해 평화 반전의 깃발을 든 사람들이 있다. 아산YMCA와 광덕산 지킴이, 아산시민모임, 아인스(아산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가 그들이다. 그릇된 지도자만 없었다면 이라크의 전쟁도 요시아 처럼 죽어 가는 사람도 없었겠지만 오늘날의 전쟁은 무고한 생명들이 죽어 나가는 참담함만 있을 뿐이다. 지난 6일(일) 온양온천역은 인라인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탄 사람들, 외국인 노동자들로 북적거렸다. 손에는 ‘우리는 평화를 원해요’라는 피켓을 하나씩 펄럭이고 역에 장사진을 폈다. 파키스탄, 터키 등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라크의 주변국이기 때문에 더욱 전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몸으로 표현했다. 이종명 목사(광덕산지킴이 회원)도 그중 예외는 아니다. 평소 교회에서는 사랑과 화합을 지켜나가는 목사이지만 생명사랑이 먼저다. 송악면에서 살면서 광덕산 생태계를 지키자는 운동도 작은 생명부터 살려야 한다는 이 목사의 평소 소신에 기인한 것이다. 이날도 지구촌 생명들을 지키는 목회자 신분으로 자전거를 탔다.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사람의 동력만으로 가는 자전거는 무기없이 평화를 펼쳐왔던 흡사 선열들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이에 뒤질세라 아산인라인스케이트 회원들이 평화적 시위를 진행했다. 역광장에는 이라크 전쟁으로 희생된 민간인 사진들이 전시돼 역을 지나는 행인들로 하여금 평화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남겼다. 이종명 목사는 “이 땅에 안타까운 생명들이 더 이상 죽어 가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앞으로도 전쟁이 끝날때까지 이같은 시위를 해 나갈 것”이라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인도네이시아에서 온 나시르도 이와 뜻을 같이 했다. “전쟁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한국에 와서 평화적인 시위모습에 감탄했다”며 “더 이상 싸움없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 땅에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평화의 사도로서, 생명을 지켜나가는 교구로서, 또 많은 사람들이 평화의 메시지를 바로 알길 바란다”고 말해 이 목사의 자전거 페달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을 예고했다.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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