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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인 성폭력 임신 심각- 장애인성폭력아산상담소- 임신 상담 늘어

등록일 2003년04월1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여성장애인들의 성폭력 사례가 늘고 있으나 대처방안이 미흡한 실정(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마리아(22·정신지체·가명)의 배가 점점 불러왔다. 거동이 불편한 마리아가 움직이지 못하니까 계속 살이 찌는 것이라고 부모는 생각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번 목욕을 해주러오는 자원봉사자가 오고 나서야 마리아가 임신 5개월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마리아는 정신지체인데다 거동도 불편한 중증장애인이다. 그런 그녀는 가끔 집으로 배달 나온 가게 주인에 의해 성폭행 당해 임신을 하게 된 것. 이같은 여성장애인 성폭력 사례가 심심찮게 장애인성폭력아산상담소에 접수되고 있다. 장애인 성폭력 외에 가정문제, 장애인 진출 문제 등 다양한 상담을 하고 있지만 이중 제일 골치 아픈 상담은 장애인이 성폭력을 당한 채 방치돼 있다가 임신되어 왔을 때다. 피해 입은 여성 장애인 대부분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약을 과다로 복용하는 데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출산을 하더라도 산모와 아이 모두의 생명이 위태롭다. 그러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태아를 낙태해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어느 한 사람이라도 살리고 보자는 것이 상담소의 생각. 현재 모자보건법에는 여성장애인의 경우 낙태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생명윤리문제와 낙태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는 것. 장애인들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일선 산부인과도 이를 꺼려하는 실정이다. 또한 낙태비용은 정부가 지원해 주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여성측이 이를 부담해야 하지만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돈이 있을 리 만무하다. 전희재 장애인성폭력 아산상담소장은 “상담 오는 장애인 여성 대부분이 가정형편이 어려운데다 건강이 안 좋아 본인을 위해 낙태해야 할 사태까지 이르지만 병원의 기피와 비용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상담소가 사비를 털어 비용부담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소장은 “여성장애인의 건강상태를 검진한 후 낙태여부를 가릴 수 있는 병원만이라도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여성 상담 중 30%가 성폭력 발전한 사회일수록 소외계층의 인권문제가 중요 이슈가 된다. 장애인에 대한 전반적인 인권 복지문제가 아직도 수준 이하인 상태에서 새삼 성폭력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장애인 관련단체들은 오히려 부담스러워 한다. 자칫하면 일반인의 호기심을 유발해 이 문제가 왜곡, 비화될 수 있고 이것이 곧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한층 부채질할 일이란 우려에서다. 쉽사리 성폭력 관련대책을 1순위로 꼽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장애인성폭력 아산상담소의 경우도 작년보다 상담건수가 이례적으로 늘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개소 1년 동안 1천여건의 상담 중 성폭력은 30%을 차지하고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친족들에게 피해 입어 이모씨(35·정신지체)는 3년 전 남편을 만나 결혼해 아들까지 낳았다. 그러나 시아버지와 양부인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해, 그 수치심에 말을 못했다. 매일 10번도 넘게 목욕을 하는 아내를 보고 뭔가 이상하다 싶었던 남편이 캐묻자, 이모씨는 정황을 얘기했다. 이후 남편은 경찰에 신고했으나 신고기한은 1년이 넘어 피해를 호소할 수 없게 됐다. 지능지수 60인 정신지체 여아가 자주 자위행위 하는 것을 본 어머니가 결국 동네 가게아저씨에게 상습 성추행을 당해 온 것을 알았다. 경찰에 고소했으나 아이의 일관성 없는 부족한 진술로 증거불충분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가해자가 자신을 모함했다고 소란을 피워 오히려 피해자측이 이사를 갔다. 청각언어 장애의 30세 주부가 집에 침입한 이웃 남자에게 강간을 당하고 따지러 갔다가 재차 강간을 당했다. 후에 동생이 이 사실을 알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나 장애로 인해 수사가 너무 힘들어 피해자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고 상담소는 전했다. 성폭력 피해연령은 10대부터 4·50대까지 걸쳐 있으며, 제대로 사실을 진술하지 못 한다고 생각되는 청각장애인이나 정신지체 여아의 경우 한층 빈번하다고 전한다. 법적 시한 1년-한계 법적으로 호소할 수 없는 현실에 있어 안타까움은 더하다. 98년 개정된 성폭력 특별법엔 이처럼 저항능력도 없고 더구나 증거확보는 거의 불가능한 장애인에 대한 강간에 가중처벌을 명시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비 친고죄이고, 미수범도 처벌되며, 장애인에 대한 강간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장애인 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특별시스템이다. 현재 장애인성폭력 아산상담소는 매주 관내 초·중·고교와 장애인시설 등에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상담인력이 3명밖에 안 돼 교육이 절실한 곳에서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 학교의 경우 전담교사가 필요하지만 재정이나 지원상 상담소에 교육을 의존할 수밖에 없고, 상담소는 인원 부족 탓에 자주 오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같은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한 곳은 성폭력을 당한 것을 장애인이 인지하거나 이후에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교 내에서 교육을 강화해 사건이 발생되지 않고 있다. 이를 감안해 본다면 장애인성폭력 교육이 무엇보다 절실한 형편이다. 또한 성폭력 사건이 생겼을 때 이를 전담할 수 있는 검·경찰이 있어야 하지만 장애인들의 진술이 어렵고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받을 수 있는 검·경찰은 흔치 않다. 김상갑 여성의 소리 간사는 “수화 가능자나 보호자 동석 등 심리적 안정을 꾀하고 가능한 일관된 진술을 이끌어 내 정확한 수사를 지원할 방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성폭력범죄 관련 공소시효를 일반정상인과 마찬가지로 1년으로 한하는 것은 무리”라며 “법적 시한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신한 여성장애인의 임신중절 수술을 도맡을 수 있는 전담 병원 등을 만들 수 있도록 지역시민단체와 시가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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