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 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추석은 음력 8월 보름날로, 올해는 9월13일이다. 추석은 ‘한가위’라고도 하는데 ‘한’은 크다는 뜻이요, ‘가위’는 가운데라는 뜻이다. 추석은 조상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데, 그 해에 나온 햇곡식을 내놓는다. 추석은 무엇보다 ‘함께 한다’는데 그 뜻이 있다. 가족은 물론이고 집안들이 다같이 모여 보통 하루나 이틀씩 자고 먹으면서 어울린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문제가 있으면 서로 고민해주며, 무엇보다 조상님들 앞에 ‘화목’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런 명절도 시대가 지나면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첫째 차례예법을 제대로 지켜가는 집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엄격한 격식을 따져 차례를 지냈지만 지금은 무척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대략적 형식만 갖춰놓는 집들이 급격히 늘었다. 일부는 차례음식상을 전문점에 맡기거나 시장 등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사다 쓰기도 한다. 둘째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는 집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도 벌써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명절을 연휴로만 생각해 해외여행을 준비해놓고 있다. 대가족 제도에서 이젠 소가족화 되면서 집안이라는 틀이 상당부분 약화된 것도 이유지만, 어른들의 마음가짐이 그같은 격식을 중요하게 따지지 않고 있다. 며칠 전 한 지인이 말하길 “아들래미와 며늘아기한테 오지 말라 했다”며 “지들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누구는 ‘추석명절이 이젠 가을휴가 쯤으로 여긴다’며 이것이 요즘의 새 풍속도라고 정의했고, 함께 있던 무리는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가 돼버렸다.
이렇듯 오랜 세월 지켜져 왔던 ‘추석명절’이 점차 변화를 맞고 있는데, 변화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럼에도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첫째 ‘함께 즐긴다’는 것이다. ‘함께’라는 말은 그저 혼자가 아니면 된다. 많을수록 좋겠지만, 둘 이상이면 충분하다. 또한 티격태격 다투기보다는 서로를 위해 덕담도 해주며 좋은 것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명절이 갖는 가장 기본적인 의미가 바로 ‘함께 즐긴다’는 데에 따른 것이다.
때가 되면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좋은 쪽으로 변해야 하고 장점을 없애기보다 단점을 보완하는 식이 현명한 것으로, 추석명절이 없어지지 않는 한 명절이 갖고 있는 최소한의 의미는 지켜져야 한다.
올해는 지난해나 그 전보다 좀 더 많은 변화가 진행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 끝이 어딘지는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지만 모두가 ‘행복한 명절연휴’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