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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장마보다 무서운‘무더위’

등록일 2019년09월1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천안아산은 최근 최저기온 26도에서 시작해 한낮에는 최고기온 33~36도까지 오르는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연일 체감온도 40도 이상의 가마솥 무더위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절기상 가장 덥다고 알려진 ‘대서(大暑, 7월23일)’ 이후로도 무더위는 꺾일 줄 모르고 계속 올라 이번 주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는 예보다. 천안아산 뿐만 아니라 며칠째 한반도 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황이다. 

이맘때면 무더위를 피해 수많은 인파가 국내외 명소를 찾아 떠난다. 그러나 한 여름 무더위를 피하지 못하고 사투를 벌이는 취약계층과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너무 많다. 비좁은 단칸방에서 냉방기구도 없이 힘겹게 버티는 것이다. 이들은 한 여름에 한 겨울을 걱정하고, 한 겨울에는 한 여름을 걱정하는 대표적인 계절형 재난가구다. 

단칸방에서 홀로 살아가는 이은자(71, 가명)씨는 지난 봄 냉장고 고장으로 출장수리를 불렀지만 더 이상 고쳐 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한 여름 김치나 반찬 넣어 둘 곳이 없어 마른 김과 간장으로 끼니를 때운다. 거동조차 불편한 그는 시원한 냉수 한 사발 마실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반영미(41, 가명)씨는 뇌동정맥기형(선천성 발달이상으로 발작, 두통, 사지마비, 의식저하 등 신경학적 이상 발생)이라는 병으로 경제활동을 전혀 못한다. 기초생활수급비 만으로 고1 아들의 교육비를 감당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이들 모자에게 한 여름 피서는 남들 이야기일 뿐이다.

김양미(51, 가명)씨는 20년 전 미혼모로 두 자녀의 엄마가 됐다. 두 아이의 양육을 위해 돈벌이를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근로능력을 상실했다. 그는 20년 이상 교통사고 후유증과 싸우며 살아가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몸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성인이 된 두 자녀 역시 각자의 삶에 쫓겨 엄마를 돕지 못하는 형편이다. 김양미씨의 여름은 한 겨울 이상으로 무서운 계절이다.

해마다 무더위로 발생하는 온열질환자는 수천명에 달한다. 심지어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무더위를 개인적으로 방어하거나 대처할 수 없는 취약계층이 그만큼 많음을 의미한다. 국가는 물론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태풍이나 장마, 폭설에 준하는 체계적인 ‘폭염’ 관리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편집국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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