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오전 대법원 1호법정에서 진행된 선고재판에서 안 전 지사와 검찰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수행비서를 상대로 수차례 성폭력을 가한 혐의(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로 기소된 안 전 지사는 2심 판결(징역 3년 6개월, 4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 5년 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이 그대로 확정됐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피해자를 4회 위력으로 간음하고, 1회 위력으로 추행했으며, 5회 강제로 추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앞서 1심(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 조병구 부장판사)은 안 전 지사의 혐의 10개 모두를 무죄로 판단한 반면, 2심(서울고등법원 형사 12부, 홍동기 부장판사)은 10개 중 9개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은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모순되는 부분이 없는 등의 사정에 비추어 신빙성이 있다"라며 "피고인이 간음행위 또는 추행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간음행위 또는 추행행위 직전·직후 피해자의 태도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은 업무상 위력으로써 피해자를 간음 또는 추행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또 "개별적, 구체적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은 '성인지 감수성'과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강조한 것이여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