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에 ‘복지’가 무르익었다. 예전 선택적 복지였던 것이 이제는 보편적 복지로 가는 흐름세다. 보수는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를 이끌어가는 힘이 여당에 있으니 복지예산이 껑충껑충 뛰는 것은 당연하다.
천안시는 몇 년 전부터 겨울철 스케이트장을 운영하더니 올 여름엔 처음으로 ‘무료 물놀이장’을 연다. 한달간 들어가는 예산이 4억8000만원이다. 꼭 값비싼 워터파크를 찾지 않더라도 어린 자녀와 무료 물놀이장에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됐다. 무료급식에 무료교복, 고교 무상교육 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으면 많게는 2000만원까지 주는 지역도 생겨났다.
이제 ‘복지’는 돈이 있으나 없으나 다양한 곳에서 다양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 됐다. 아파도 돈 때문에 병원가기를 꺼려하지 않아도 되고, 실직을 해도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면 당장의 걱정은 사라진다.
다만 복지라는 것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기에, 특히 복지정책을 펴는 입장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들어올 돈은 한정돼 있는데, 나갈 돈이 많다면 어느 순간 복지도 ‘파산’을 맞아야만 한다. 예전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복지를 누려본 사람들은 금방 중독이 돼버린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김월영 의원도 이 부분에 대해 5분발언을 하기도 했다.
복지는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한마디로 복지는 좋은 것이다. 다만 거기엔 ‘돈’이 개입돼 있다는 건 유의할 일이다. 복지도 ‘돈’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에서 ‘황금만능주의’와 가까이 있다. 복지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계급주의가 있을 수 있고 비리가 있을 수 있으며, 인격모독을 겪을 수 있다.
그러므로 복지에 꼭 있어야 하는 건 ‘휴머니즘’이다. 박애와 인간존중의 마음자세가 있다면 복지는 규모있게 운영될 것이며,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중요하게 쓰일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것들이 필요하다. 복지는 모두에게 ‘최소한의 것’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다. 정부는 7월1일부터 장애등급제를 폐지했다. 장애등급에 따라 복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장애로 인한 생활형편에 맞추고자 하는 취지다. 이는 바람직한 예다.
보편적 복지 이전에 복지의 사각은 없는지, 적절한 수급은 이뤄지고 있는지를 찾아보자. 더 많은 세금을 거둬 복지에 쓰면서도 어려운 이웃이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면 운용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