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충격으로 도살한 어미돼지의 젖을 찾는 새끼돼지마저 죽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 S축산에서 매입해온 돼지 10마리가 콜레라 양성판정을 받고 지난 21일(금)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9백31두가 살처분이 됐다.
돼지 콜레라가 걸린 몇 마리 돼지로 인해 다른 돼지까지 전기충격기와 몽둥이 찜질을 받으며 땅에 묻혔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관계 공무원들은 고개를 돌려야 했고 돼지를 사육해오던 이모씨(53·신창면)는 축사 뒤편에 앉아 피같은 눈물을 쏟았다.
이씨는 늘 거래해 오던 S축산에서 모돈 7두를 지난 2월26일에 구입해 왔다. 때마침 신창면 다른 동네에서 돼지콜레라 진성 반응을 보인다는 말에 모돈을 데려오는데 신중을 기했다.
그러나 3월18일 가져온 돼지 모두가 설사증세를 보이는 등 전형적인 돼지콜레라 반응을 보여 20일 가축위생연구소에 추적검사 결과 모두 양성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해서 이씨가 키워오던 9백31두는 도살됐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변 농가도 마음 편치는 않았다. 이씨의 미래와 같은 운명에 처했기 때문.
생산원가도 못 미치는 양돈거래
돼지 1백kg 기준으로 한 마리 키우는 생산 원가는 16~17만원. 그러나 돼지 한마리가 생산원가인 17만원대에 못 미치는 15만6000원선에서 16만원대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마리당 1만여원씩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돼지 사육농가들은 지난해 3월 구제역 발생으로 수출이 중단돼 어려움이 가중된 가운데 또다시 콜레라 발생으로 수출길이 막혀 의욕이 상실되고 있다.
여기에 2~3월, 10~11월은 이른바 ‘PIG CYCLE’로 불리며 돼지 가격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돼지콜레라마저 발생해 양돈농가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양돈농가인 이모씨(43?음봉면)는 “돼지가격이 수개월째 하락하면서 생산원가도 못 건지고 있는 판에 콜레라까지 발생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관계기관의 획기적인 축산정책이 없는 이상 사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육농가들은 돼지콜레라 전염을 막기 위한 도살처분 후 새로 돼지를 입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며 돼지를 키워 출하한다고 해도 1~2년은 걸리기 때문에 영세 농가들이 돼지를 계속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돼지콜레라 발생지역에서 양돈농가를 하는 김모씨는 “이 지역 일대는 아예 양돈을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금액인 15만1000원이 보상비로 책정되고 있어 이는 양돈농가를 파산으로 끌고 있는 것”이라며 어려운 심경을 토로했다.
보상금 얼마나 되나
돼지콜레라 피해농민들이 대부분 실의에 빠져 있지만 재기하려는 의지와 함께 보상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충남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살처분 된 돼지들에 대한 보상금은 전액 국비로 충당될 예정이다. 아직 보상내역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산지가격을 기준으로 새끼돼지의 경우 5만1000원, 60kg의 육성돈은 9만원, 1백kg 성돈은 15만1000원선에서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00년 첫 구제역 발생시 보상의 경우 재해기준에 준하는 기준으로 생계 유지비와 학자금 지원 등 보상을 한 바 있으나 이번 콜레라 발생의 경우 살처분 돼지와 오염된 사료 등에 대한 보상은 집행이 예상되지만 생계유지비 등은 아직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돼지콜레라로 주변 농가 이모씨는 “양돈의 대규모화와 함께 선진적인 시설이 되도록 노력해 왔는데 한순간 물거품이 됐다”며 “정부에서 보상이 이뤄지겠지만 최근 돼지시세가 생산비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축산농가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생계 보장비를 포함하는 현실적인 보상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돈농가의 바람
“종축장의 위생시설이 그렇게 철저한데도 이같은 질병이 발생되는 것은 그래도 아직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정원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사무국장은 말했다.
양돈농가들은 우선 정부차원의 재발방지 시스템을 마련하고 방역을 프로그램화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대규모 종축장에 대한 감시는 돼왔으나 소규모나 영세 종축장은 제외되고 있어 이런 시설들을 철저 관리?감독 해달라는 것. 현재는 질병이 생겨나면 그때 예방접종을 실시하기에 바쁘나 미리 방역질병체계를 잡아 더 이상의 농가피해가 없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질병 발생때 이동제한을 별도의 지시가 있을때 이동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를 경계지역 10km 위험지역의 경우 1차 접종을 완료한 날부터 최소 7일 경과후부터 정밀검사를 다시 실시하고 이상이 없을시 해제하자는 것. 위험지역 3km이내도 1차 접종 15일 경과후 이상 없을 시 해제하자고 제의했다. 다만 이동은 제한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앞서 이같은 발병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각 지자체의 별도 방역체계와 주요 종돈장 현황에 대한 파악 등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