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앞에서 몇 년 동안 포장마차를 해왔다는 50대 아주머니. “내가 이 일을 시작해서 그나마 가정을 유지시키고, 아이들 학교 보냈다”며 “글세, 뭐. 이제 키울 만큼 키웠으니 이 짓(일) 안 해도 살 길은 있겠지”하며 용역 얘기에 긴장과 체념이 서려있다.
신부동 터미널 부근. 트럭 옆 인도에 과일을 한껏 쌓아놓고 목청 돋구던 건장한 40대 초반의 아저씨. 그는 “여기서 못하면 다른 지역으로 가서 해야죠. 이 나이에 직장 들어가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가게 하나 얻을 돈도 없는데…어쩝니까. 목구멍에 풀칠 할 수는 없잖아요”한다. 이곳에서 장사는 되냐는 질문에 “먹고 살만은 해요” 하는 폼이 웬만한 직장인 보다는 나아 보인다.
신방동에서 떡볶기, 어묵, 튀김 등 잡다한 먹거리로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50대 아주머니는 용역단속 소리에 “우리같이 불쌍한 사람 돕지는 못할 망정 내버려두면 어떠냐”며 한참을 주절주절, 화를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넓은 인도에 한쪽을 차지했을 뿐인데 무슨 통행불편인지, 갖다 붙이기도 잘한다”며 불만.
시에서 파악한 노점상 현황에 따르면 현재 잠정 허용구역으로 돼 있는 한전 앞, 자유시장, 공설시장, 명동거리에 64개소, 유도구역인 중앙시장에 1백20개소가 있으며 이외 금지구역에 1백73개소가 퍼져있다. 또 형태별로는 차량 60개소, 손수레 90개소, 좌판 2백개소, 기타 7개소, 이외 수시 이동형 차량이 대략 50개소에 이르고 있다.
“생계형 노점상에 대해서는 노점상 유도지역 등을 추가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사안”이라는 시 건설행정과 오동균씨. 그는 “각자의 사정이야 다 들어주고 싶죠. 하지만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법의 테두리 내에서 질서있게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40여 노점상이 전국 노점상연합회에 가입돼 있는 신부동 터미널 부근. 전영진 신부지역 지부장은 “시와 대화가 안 된다. 유도구역도 언급하지만 우리에게는 ‘빚 좋은 개살구’일 뿐 현실적인 배려가 될 수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위탁 용역에 따른 강도 높은 단속에 “생계가 달렸는데 물러설 수 없다. 각오하고 있다”며 결사항전도 불사할 뜻을 비쳐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