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에는 도심 한가운데 미세먼지를 비롯한 각종 대기오염물질을 정화시켜 도시의 허파역할을 하는 천혜의 아름다운 숲이 자리 잡고 있다. 산이 해처럼 생겼다고 해서 일봉산(日峰山)으로 불리며, 구릉형태로 앙증맞게 봉긋 솟아 있다. 그 독특한 모습은 조선지형도(朝鮮地形圖)에도 등장한다.
일봉산 기슭에는 우물을 마시면 앉은뱅이가 일어나 걷고,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는 전설을 간직한 신비의 우물이 있다. 또 일봉산 해산골은 한 여인이 전란 때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훗날 장수가 됐다는 이야기도 간직하고 있다.
일봉산은 중생대 쥐라기에 형성돼 2억년의 까마득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도시의 균형을 조화롭게 잡아주며 지금의 모습이 완성됐고, 오랫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67만 천안시민의 쉼터로 영원할 것 같았던 일봉산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개발세력들이 일봉산을 먹잇감으로 삼은 것이다. 바로 이곳에 10~32층 높이의 건물 34개동 2753세대의 대단위 아파트를 짓겠다는 개발계획이 발표됐다.
심각한 미세먼지로 지역마다 앞 다퉈 도심 숲 가꾸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천안시는 천혜의 환경자원인 일봉산을 파괴하는 시대착오적 행정을 강행하려고 한다. 당장 멈춰야 한다.
장기미집행도시공원 일몰제가 2020년 6월로 다가왔다. 시간이 촉박해 지자 개발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민간공원특례사업은 민간사업자가 공원부지를 매입하고 부지의 30%를 비공원시설로 개발하는 대신 70%를 기부 채납하는 것을 말한다.
‘개발이냐 보존이냐’ 해묵은 논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천안시는 노태공원, 백석공원, 일봉공원, 청룡공원, 청수공원에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09년 도시공원 해제를 막겠다며 마련된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도심 속 녹지를 개발의 광풍으로 몰아가고 있다. 예정대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진행되면 천안지역 도시공원의 12.1%가 사라진다. 천안에서 축구장 86개 면적의 도시 숲이 파괴되는 것이다.
특히 시민들은 천안시 일봉산을 주목하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아름답게 우거진 나무숲을 자랑하던 일봉산이 한 순간에 콘크리트 사막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도시 경쟁력은 초고층 건축물이 아니라 사람이 살기 좋은 쾌적한 환경이다. 우리가 사는 도시가 누구의 편에서 어떻게 설계되고 있는지 시민 모두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