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이 하는 일은 실제 정당과는 상관없다?’
원래는 상관있어야 한다. 왜냐면 지역도 발전해가는데 있어 각종 정책에 대한 보수와 진보 또는 중도의 기치(旗幟)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년 넘는 지방의회 역사에서 이처럼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있었는가.
정당간 대립은 거의 ‘원구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몇 석의 의장단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몸부림. 다수결을 민주방식으로 채택한 의회의 표대결은 항상 다수정당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밖에 또다른 대립이 있었다면 몇몇 ‘정당간 기싸움’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에 발생한 성 소수자와 엮인 ‘인권조례’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일 수는 있다. 성 소수자를 인정하는 것은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는 보수측과, 인권이라는 진보적 색채가 뚜렷하게 갈려있다.
차치하고, 시의원이 정당에 소속돼야 할 이유가 현실정치에서 ‘별 소득’이 없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의원들은 한 때 거세게 ‘정당공천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권력의 몸종 노릇만 하는 시의원들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향한 의정활동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고 호소했다.
시의원들은 왜 지속적으로 정당공천제를 없애자고 노력하지 않을까. 그들 주장대로라면 ‘반드시’ 사라져야 할 제도인데, 실제는 그러다 정당의 눈 밖에 날까봐 의정활동조차 제쳐두고 정당행사에 참여하는 상황이다. 만약 그간 생각이 바뀌어 정당공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 왜 정당적인 정치활동, 정책활동을 펴지 않을까.
이제 곧 8대 의회가 시작된다. 민주당 소속 천안시장이 행정을 맡았고,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적인 의정활동을 펴게 된다. 지난 선거기간 민주당 의원들이 천안시장을 두둔한 것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시장을 견제하는 의회가 맹목적으로 시장을 옹호하고 나섰다’는 비판이다.
8대의회는 시작하기에 앞서 ‘의회 역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두고 가면 좋겠다. 정당정치로 갈 건지 정당정치를 배제할 것인지, 또한 의원과 시장의 역할을 어떻게 구분해 행동해나갈지를 말이다. 의회와 행정이 협력적으로 가야 하는 게 맞지만, 동시에 견제역할도 필요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8대의회, 좋은변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