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안지역 중·고등학교 교실에서 실시한 젠더의식 설문조사에서 매우 심각하고 충격적인 결과가 발표돼 교육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학교에서 성희롱, 성폭력 등을 경험하거나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여학생의 63%가 ‘있다’고 응답한 것은 충격을 넘어 경악할만하다. 같은 질문에 남학생도 2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조사결과 ‘학교 수업시간(교과내용 등)에 불평등한 성차별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여학생의 60%가 ‘있다’고 답했고, 남학생은 33%가 ‘그렇다’고 했다.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천안학부모회는 충남연구원의 후원을 받아 지난 7월~8월 사이 천안지역 208명의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젠더의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 가운데 중학생은 61명, 고등학생은 147명이었고 이 중 여학생이 94명, 남학생이 113명이었다.
천안지역 청소년의 성차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성별에 따라 그 결과에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남학생과 여학생이 받아들이는 문제의식 정도가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생활하는 학교장, 교사들의 성평등 인식에 대해서는 남녀 청소년 모두 ‘보통이다’가 50%를 차지했다. 여성 청소년들의 ‘매우 그렇다(4%)’와 ‘그런 편이다(7%)’ 등 긍정적인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학교에서 성평등·젠더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남·여 각각 53.1%, 55.8%가 ‘1년에 1~2회’라고 답했다. 반면 여학생의 절반에 가까운 46%는 ‘교육받은 경험이 없다’고 했다.
특히 최근 사회적으로 화두가 된 ‘미투’ 운동이나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지만, 학교에서 배우거나 토의해 본 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7년 천안지역 학교들의 양성평가지표 자체진단 결과를 보면 너무도 이율배반적으로 나타났다.
‘매우 우수(80점 이상)’ 5개교, ‘우수(60~80점)’ 83개교, ‘보통’ 60점 미만 42개교로 나타났다. 항목별 세부지표를 보면 이번 학생들의 젠더의식 표본조사와는 너무 달라 학교마다 전면적인 젠더의식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분명한 것은 젠더의식 조사결과 학생 상당수가 학교교실과 생활환경, 수업시간에 성차별을 경험하고, 심지어 성희롱과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교육당국의 실효성 있는 젠더감수성 교육이 절실하고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