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회가 15일 ‘해외연수’를 떠났다. 전체의원 25명과 의회직원 5명이 1억 안팎의 혈세를 들고 미국으로 향했다. 7박8일간의 일정으로 현장시찰과 함께 관광지를 두루 다닐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이 정리되는 12월 중순,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 떠나는 해외연수에 주변시선이 고울 리 없다. 의회는 내용있는 연수를 강조하며 다녀와 알찬 연수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간 실정으로는 믿음이 안 간다. 연수보고서라는 것도 통상 ‘형식’을 갖추는데 급급하고 작성조차 의회 직원이 하는 예가 많다. 그간 연수보고서는 연수를 꼭 다녀오지 않아도 인터넷검색을 통해 공부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외유성 연수’로 보는 것이 합당한가. 의정활동에 필요한 곳을 방문하더라도 연수기간의 절반 이상은 유명관광지를 들르고 있다. 그 먼 외국을 다녀오면서 관광명소를 외면한다는 것이 현실적이진 않다. 그래서 ‘해외연수’ 보다는 ‘해외관광연수’로 취지를 두는 것이 이런 논쟁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말 의정활동을 위한 연수라면 25명이 ‘떼지어’ 다니는 일은 피할 것이다. 4개로 나뉜 상임위 위원들이 노인복지시설이나 하수처리장 등을 의정활동에 접목하기 위해 25명이 몰려다니는 일은 상식적이지 않다. 예전 의회직원들에게 물은 적이 있다. 직원들은 현지 관광버스를 이용하려면 어느 정도 숫자가 차야 된다고 했다. 물론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닐 테지만 ‘관광버스 숫자’, 즉 이동편의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황당했다.
의원 앞에는 수없이 많은 지역현안이 있다. 농업, 기업, 산림, 레포츠, 문화산업 등등. 두세 명이라도 손잡고 선진지 연수를 다녀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일자리 창출’이나 ‘태양광 설치’처럼 지역현안이 크고 심각하다면 이런 경우에는 상임위별로 다녀올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소수인원이 다녀오는 것에 방문지의 응대나 이동편의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충남도내 의회들이 해외연수를 통합운영해도 좋지 않을까. 지자체마다 공통적인 현안들이 많다. 예를 들어 ‘쓰레기 처리문제’라면 공통으로 일정을 공지하고 관심있는 의원들이 신청해 함께 다녀오면 된다. 왜 해외연수에 대해서는 해마다 ‘외유성 연수’라는 논란에 시달리면서도 개선할 의지가 안보이는 걸까.
이번에도 의회는 아무도 모르게 다녀오려 했다.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에 알려지면 ‘비판적 시각’으로 볼 것이 뻔하다는 이유로 홍보팀은 절대 ‘해외연수’를 먼저 알리지 않는다. 비판이 잘못된 것이라면, 의회는 더욱 당당히 알려야 되지 않을까.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기 위해 해외까지 연수를 다녀오겠다는 사람들이 ‘죄지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