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자신이 태어난 마을 안에서만 삶을 산다. 묵묵히 생업에만 빠져 읍내에도 몇 번 나가지 않는다. ‘팔자’라는 울타리를 스스로 만들고 안주하는 삶. 세상이 변해도 제 마을만, 제 생업만 변하지 않으면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없다는 한 조각 철학도 갖고 있다.
반면 싸움꾼도 있다. ‘이 세상 넓고 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의 노영 안에서 발 없이 쫓기는 짐승처럼 되지 말고 싸움에 이기는 영웅이 되라… 활동하라, 살아있는 현재에 활동하라. 어떤 운명인들 이겨낼 용기를 가지고 끊임없이 성취하고 계속 추구하면서…’롱펠로우의 ‘인생찬가’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그같은 열정적 삶에 투지를 불사르는 사람.
천안 수신면에서도 한참 들어가는 해정리의 ‘수신 오가피’ 대표 성광수씨가 그런 부류다. 22년 전 시작한 오가피에 6년 전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현재 전국 각지 150만평에서 오가피를 생산해 내고 있다. 오가피에 인생을 건 사람, 그리고 오가피는 인생을 걸 만한 사업임을 자신하는 성 사장은 2007년 시점을 세계정복의 해로 삼겠다는 각오다.
“보세요. 150만평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현재 오가피 씨앗 1억5000만개에서 2억개 정도를 준비해놓고 있어요. 게다가 씨앗이 아닌, 체세포 재배도 곧 시행단계에 와 있어요. 머지않아 전 국토가 오가피 재배농장이 될 겁니다.”
그가 자신하듯 앞으로 4년 후인 2007년이면 1억평 재배단지를 확보, 세계시장을 두드리겠다는 발상이다.
“세계시장은 ‘오가피주’로 승부하려 합니다. 준비도 얼추 됐어요.”
수신 오가피 농장 한켠에는 이미 6백20드럼짜리 탱크 9대가 설치돼 있다. 주변에도 국내 굴지의 맥주회사 기계가 산더미처럼 쌓인 채 언제든 조립만 하면 가동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고 있다.
“올 가을부터 시판할 수 있도록 정부승인도 받아놨어요. 요 기계들이 2006년 가동하면 1분에 1천8백병이 만들어지도록 돼 있죠. 저쪽에 보이는 나무더미가 헛깨나무인데 바로 술 깨는데 효과가 탁월해요.”
그와 함께 농장 곳곳을 둘러보니 믿기지 않을 거대한 사업이 차근차근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미국 남북전쟁 전 목화농장처럼, 인근 1백여명의 주민이 이곳 오가피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며 그는 맘씨 좋은 지주인 양 착각이 들 정도다.
세계로 뻗기 위해 연구소도 설치중이고 현재 가동되는 1공장 외 2공장도 설비중에 있다. 그곳 실무자 귀띔으로는 ‘이후 세워질 3공장은 1?2공장을 합한 것의 30배 정도 규모일 것’이라고.
“세계가 변하고 있어요. 우리도 더 이상 벼농사로는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 수신 메론이 작년보다 곱절 나갔잖아요. 전국도 마찬가지 현상입니다. 전국을 다녀보면 들판에 온통 비닐하우스 천지입니다. 벼농사만 천직으로 알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곳 수신 오가피 농장 외에도 전국에 100만평 넘는 재배지가 있습니다. 올해도 40만평이 늘 겁니다. 전국이 오가피 재배지로 둔갑할 날이 멀지 않았어요.”
그는 ‘토종오가피’라는 상품으로 지난해 1백50억원, 올해 300억원의 매출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 모든 수익을 재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만평의 배나무도 기술을 접목, 보통 배 상등품이 1㎏이 안 되는데 이곳은 보통 배가 1.5㎏, 상등품은 2㎏이 나간다고 자랑이다. 고구마도 4만평 심어 모두 수확. 그러나 이같은 배나 고구마도 오가피 고객을 위한 사은품으로 모두 나갔다.
농작물 외에도 진돗개와 풍산견의 합작품인 ‘통일견’ 30여마리를 포함, 9백여마리를 기르고 있다. 이들도 전국 농장을 지키기 위해 키워지는 개란다.
훗날 세계정복(?)이 천안 수신의 작은 들녘으로부터 불어올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