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5일 첫눈이 내렸다. 지역별로 내리는 양은 천차만별. 함박눈처럼 내린 곳도 있고, 잠깐 내리다 만 곳도 있으며, 아예 오지 않은 곳도 있었다. 첫눈으로 본격적인 겨울을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11월 중순부터 대략 한 달 가량은 사람들의 마음이 가장 뜨거워지는 때이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베품의 온정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물질로, 또는 몸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사랑을 전한다. 어떤 이들은 왜 겨울 초입에만 잠깐 돕느냐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먹고살기도 바쁜 서민들. ‘그런 시간’이라도 갖는 것이 다행이고, 행복이다.
현대인들의 삶은 여전히 행복보다 편리함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예전보다 많이 편리해졌지만, 삶은 그만큼 각박해지고 행복을 얻기가 어려워졌다. 세상은 점점 편리해져가도 인심이 박해지니 도움이 필요한 이웃은 삶을 버텨내는 것조차 힘들다.
올해도 연말을 앞두고 ‘등잔 밑’을 살펴봐야 할 때다. 지난해보다 비록 경제사정은 나빠졌어도 이웃 향한 온정은 나아지기를 바라며 세 가지만 당부한다.
첫째, ‘이웃도 내 가족’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남’이라 생각하면 강건너 불구경하듯 관심이 멀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웃을 내 가족처럼 여길 때 콩 한쪽도 나눠먹는 살가운 정이 오간다.
둘째, ‘물질보다 더 좋은 것이 미소’라는 것을 명심하자. 도심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안은 관계에 대한 온도를 알기가 좋은 곳이다. 같은 라인에 사는 사람들의 엘리베이터 안.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아는 체조차 하지 않는 상황을 흔히 본다. 낯선 사람도 아닌데 굳은 얼굴로 대면하며 살아가는 것이 서로에게 즐거울 리 없다. 상대방에게 ‘미소’만 지어도 될 일이다.
셋째, 받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자. 돕는다는 것에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부족한 걸 채워주는 건데, 받는 입장이 아닌 주는 사람 마음대로 다가간다면 안 될 일이다. 장학금을 준다며, 또는 선물을 준다며 기념사진을 찍는 것이 받는 입장에서 편할 리가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함께 살아가야 되는 사람들에게 ‘관용’과 ‘배려’는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소위 ‘갑질’을 하지만, 결국 사회에서 매장되는 일들을 보게 된다. 사람의 생은 수시로 바뀐다. 그 속에서 도움은 주고받는 관계로 형성된다. 도움 줄 수 있을 때 제대로 주자. 친절하고 상냥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