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가 산학협력사업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온천뷰티체험센터’가 길을 잃고 표류하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뷰티센터에는 온천수를 활용한 각종 기능성 화장품과 뷰티제품들이 전시돼 있지만 판매도 구입도 할 수 없다.
충남 아산시가 산학협력사업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온천뷰티체험센터’가 길을 잃고 표류하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족욕체험, 테라피 체험, 뷰티체험 등 관광상품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온천수를 활용한 각종 기능성 화장품 판매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체험센터에는 찾는 사람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며, 체험실은 자재창고로 전락했다.
본 사업은 2015년 3월25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한 관광특구활성화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부터 본격 시작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에 선정되자 아산시는 바로 설계용역과 함께 온양온천역 하부공간을 ‘온천뷰티체험센터’로 확보하기 위해 코레일과 업무협의에 들어갔다.
코레일과 업무협의를 마친 아산시는 2016년 9월27일 온천뷰티체험센터 조성사업에 착공해 같은 해 12월26일 준공했다. 또 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6년 12월2일 호서대와 화장품 제조회사인 ㈜아로마뉴텍과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서에는 온천수를 활용한 상품개발 및 판매, 관광객 유치, 온천뷰티체험센터 운영 등을 담고 있다.
체험센터는 온양온천역 하부공간 방문객센터 291㎡의 공간을 임대해 족욕체험장, 테라피체험실, 뷰티체험실, 온궁상품 판매 및 홍보실을 갖추고 있다. 사업비는 국비 2억1500만원과 시비 2억1500만원으로 총 4억3000만원을 투입했다.
뷰티센터 4개월 시범운영 후 폐점
족욕체험장. 4억3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한 온천뷰티체험센터는 현재 아무런 기능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4억3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한 뷰티체험센터는 4개월간 단 두 차례의 시범운영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첫 번째는 2017년 아산성웅이순신축제 기간인 4월28일~30일까지 3일간 시범운영했다. 두 번째는 같은 해 9월~12월까지 4개월간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씩 시범운영했다. 그게 전부였다.
호서대는 뷰티관련 전공학과 학생을 참여시켜 피부관리, 족욕, 네일아트 등을 맡아 왔지만 지난 1월 사업을 포기하고 철수했다. 또 같은 시기 상품진열과 매장정리를 맡았던 아로마뉴텍에서도 인력지원을 중단했다.
그 후 온천뷰티체험센터는 아산시에서 파견한 공무직 1명이 배치돼 체험센터를 지키고 있다. 현재 뷰티체험센터에서는 어떤 체험도 할 수 없고, 어떤 뷰티제품도 구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견된 공무원은 올해 2월부터 현재까지 뷰티센터에 앉아서 하루를 의미 없이 소비하고 있다.
앞서 호서대는 2013년 아산시와 공동으로 온천연구소를 설립하고, 온천수의 피부미백과 주름개선효과를 검증하고, 한약재와 온천수를 이용한 화장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또 ㈜아로마뉴텍은 아산시의 지원으로 ‘온궁’ 브랜드의 화장품을 개발해 판매해 왔다.
자재창고로 전락한 체험실
뷰티체험센터 체험실 안에는 포장도 뜯지 않은 이름 모를 각종 기구와 설비 자재 등이 쌓여 있다.
아산시의회는 지난 25일 온천뷰티체험센터를 현장방문했다. 뷰티센터를 둘러 본 의원들로부터 집중 질타가 쏟아졌다.
온천뷰티체험센터 준공에 앞서 아산시는 “아산 온천수가 지닌 잠재력을 산업화로 꽃피우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산학협력을 디딤돌 삼아 아산을 온천뷰티산업의 메카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산시가 산학협력으로 온천수를 이용한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한데 이어 온천뷰티체험센터 조성에 나서는 등 온천의 산업화에 총력을 쏟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뷰티체험센터 체험실 안에는 포장도 뜯지 않은 이름 모를 각종 기구와 설비 자재 등이 쌓여 있다.
아산시의회(의장 김영애)는 지난 25일 온천뷰티체험센터를 현장방문했다. 뷰티센터를 둘러 본 의원들로부터 집중 질타가 쏟아졌다.
장기승 의원은 “당초 목적대로 뷰티체험도 못하고, 상품구매도 할 수 없고, 홍보효과도 없는 이 시설에 매월 유지관리비만 들어가고 있다”며 “폐쇄할 것인지, 보완해서 활성화 시킬 것인지 신속히 결정해서 처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김미영 의원은 “목적한 사업은 잘못됐지만 무작정 폐쇄하기에는 시설 자체가 너무 아깝다”며 “피부관리나 네일아트 등 뷰티관련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전남수 부의장은 “호서대나 아로마뉴텍이나 어떤 이득을 위해 뛰어들었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서둘러 발뺌하는 것이 매우 무책임해 보인다”며 “아무리 법적구속력 없다고 해도 최소한의 도의적인 책임마저 외면하는 것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영애 의장은 “무의미하고 비효율적인 사업을 대안도 없이 지속시키는 것은 잘못된 행정”이라며 “의회뿐만 아니라 시민의 눈높이에서 신속한 해법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이상득 문화관광 과장은 “철도청 건물에 영구시설물을 설치하는 것부터 잘못된 설계였고, 온천관광 활성화에 대한 방향 설정도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이 과장은 이어 “중국시장을 겨냥했던 뷰티사업이 초창기에는 잘 됐지만, 이후 사드사태로 위축됐다”며 “국고보조사업은 사업목적과 다르게 사용할 수 없으며,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의회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빠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