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 가장 덥다고 알려진 ‘대서(大暑)’인 23일 천안과 아산은 최저기온 26도에서 시작해 최고기온 33~37도까지 올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러한 찜통더위가 열흘 이상 계속됐고, 앞으로도 보름가량 더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다.
한낮에는 체감온도가 40도 가까이 올라 무력감마저 들게 한다. 특히 올해는 1994년 ‘살인폭염’ 이래 24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연일 폭염특보가 내려지면서 ‘가마솥’ ‘찜통’ 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다.
앞으로 8월 초까지는 비 예보조차 없다. 앞으로 보름 이상 땅과 대기가 펄펄 끓어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열흘 넘게 폭염이 이어지면서 21일 기준 온열질환자 수는 전국적으로 1043명에 이른다. 이 중 10명이 생명을 잃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자수 3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올라간 수치다.
무더위로 인한 물놀이 사고와 인명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21일 충북 충주시 산척면 삼탄유원지에서 중학생(15)이 다이빙을 한 뒤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아 구조했지만 숨졌다. 22일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사담계곡에서 일행 4명과 물놀이 하던 고등학생(18)도 물에 빠져 숨졌다. 같은 날 부산 기장군 학리항 앞바다에서 모터보트가 뒤집혀 탑승객 3명이 위기상황에서 구조됐다.
21일 낮 12시 충남 홍성군 홍성읍에서 이 모 (21)씨가 차량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숨졌다. 발견 당시 이 씨의 체온은 42도까지 올라가 있었는데, 차량 안에서 문을 열지 못한 채 변을 당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21일 하루에만 온열질환 증세로 1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농축수산업 피해도 잇따랐다. 경북에서는 닭 14만1263마리와 돼지 2215마리 등 가축 14만3478마리가 폐사했다. 전남 함평군의 한 양식장에서는 돌돔 6만 여 마리가 폐사했다. 이밖에도 수많은 농작물들이 생육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폭염으로 도로가 뒤틀려 갈라지기도 했다. 22일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면 추풍령휴게소 인근에서 도로가 부풀어 올라 균열이 발생했다. 21일에는 전남 여수에서 광양 방면 이순신대교에서도 균열과 들뜸 현상이 발견됐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물론 재산피해 규모도 확산되고 있다. 개인이 방어하거나 대처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국가는 물론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태풍이나 장마, 폭설에 준하는 체계적인 ‘폭염’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