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교수/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의학과
50대 남성이 집에서 TV를 보던 중 갑자기 진땀을 흘리다가 쓰러졌다. 곁에 있던 중학생 딸이 의식 없음을 확인하고 즉시 학교에서 배운 가슴압박을 시행했다. 5분 뒤 119구급대가 도착해 심정지 확인 후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며 병원으로 이송했다. 약 20여분의 심폐소생술 후 심장박동이 돌아왔으며, 2주간의 입원치료 후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위와 같은 상황은 아주 운이 좋은 경우다. 아직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심장박동이 돌아오는 경우는 20% 미만,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경우는 10%미만에 불과하다. 가장 큰 이유는 초기목격자의 심폐소생술 시행 여부다.
심정지 후 5분이 지나면 중증의 뇌손상이 발생하고, 심장박동이 돌아올 확률은 낮아진다. 돌아온다 해도 중증의 장애가 남는다. 환자가 사망하거나 살아나더라도 중증장애가 생긴다면 가족에게는 재앙이다. 첫 5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은 재앙을 기적으로 바꾸는 첫 단추가 된다. 하지만 ‘배우지 않았다’, ‘해를 끼칠까 두렵다’ 등의 이유로 첫 단추를 끼우지 못한다면 이후의 어떤 치료도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워진다.
의식확인-119신고-가슴압박
심정지가 일어나면 뇌로 피를 보낼 수 없어 의식을 잃는다. 의식 없이 쓰러진 사람을 발견한 경우 어깨를 두드려 반응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의식이 있는 사람은 움직이거나 신음소리를 내는 등의 반응을 보이지만 반응이 없는 경우 심정지일 확률이 높다. 이때에는 즉시 119에 신고를 해야 한다. 혼자 있다면 본인이 직접 하고, 주변에 사람이 있다면 신고해줄 것을 요청한다. 맥박·호흡 확인이나 인공호흡은 올바르게 시행하기가 어려워 심폐소생술 자체를 꺼리게 된다. 그래서 다른 조치 이외에 가슴압박만을 시행하는 가슴압박소생술(hands-only CPR)을 권고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 가슴압박을 시행하는 것이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인다. 또한 심폐소생술을 교육받지 않았거나 숙련되지 않은 일반인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슴 정중앙을 깊고 강하고 빠르게 압박
만 8세 이상인 경우 성인과 소아 구분 없이 가슴압박 방법은 동일하다. 의식이 없는 사람의 가슴 옆에서 어깨너비로 다리를 벌려 무릎을 꿇고 앉는다. 가슴압박의 위치는 심장의 바로 위다. 일반적으로 왼쪽에 심장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은 심장이 가슴 가운데에 위아래로 길게 있는 흉골(복장뼈)의 뒤에 위치하므로 가슴의 왼쪽이 아닌 정중앙을 압박해야 한다.
양손을 깍지 낀 상태에서 양쪽 팔꿈치를 펴고, 팔이 바닥에서 수직을 이룬 자세를 만든다. 다음은 체중을 이용해 밑에 위치한 손바닥의 아랫부분으로 흉골의 아래쪽 절반 부위를 규칙적이고, 빠르게 압박한다. 압박 깊이는 약 5cm, 속도는 분당 100~120회를 기준으로 한다. 생각보다 무척 힘들지만 119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 시행해야 한다.
심폐소생술은 막상 닥치면 이런저런 생각에 시행하기 두렵고, 직접 해보면 육체적으로도 무척 힘들다. 하지만 심정지가 일어나는 장소는 약 70%가 가정, 약 20%가 학교나 직장이다. 즉, 내가 살면서 심정지 환자를 본다면 그 환자는 나의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 매우 친밀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심정지 발생 시 가장 소중한 첫 5분, 위 내용을 숙지하고 두려움 없이 심폐소생술을 시작한다면 가장 소중한 사람을 살리는 기적을 내가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