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8일 오전 11시, 천안시 성환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매우 의미있는 행사가 거행됐다.
이 학교 출신인 故 오규봉 하사 추모제 및 동상제막식이 열린 것이다.
故 오규봉 하사는 1928년 천안에서 태어나 성환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952년 4월 육군에 입대했다. 고지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그 해 10월12일 오하사는 백마고지 전투에서 박격포탄과 수류탄을 갖고 육탄으로 특공작전을 결행해 적의 진지를 파괴하고 장렬하게 전사했다.
오 하사의 장렬한 희생은 전략적 요충지인 백마고지를 완전히 탈환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육군 제9사단(백마부대)에서는 2013년도에 오 하사 고향인 천안삼거리 인근에 동상을 세우고 매년 추모제를 거행해왔는데 도로가 확장되는 바람에 금년 5월 출신학교 교정으로 동상을 이전하고 추모제와 함께 제막식도 거행한 것이다.
매년 추모제는 9사단장이 주관해 거행한다. 9사단은 백마고지를 관할하는 군부대인데도 매년 사단장과 참모들이 천안까지 와서 행사를 주관한다. 특별히 올해 행사에는 동상 건립당시 9사단장이었던 현 육군참모총장도 참석해 전쟁영웅의 고귀한 희생을 기렸다.
이 날 행사는 성환초등학교 학생과 이 학교 출신 참전유공자, 지역기관단체장 등 약 500여 명이 참석한 조촐한 행사였지만 매우 뜻 깊었다.
후손에게 한 평의 땅이라도 더 물려주기 위해 화염 속으로 뛰어든 장렬하고 고귀한 희생 앞에 고개 숙이며 말할 수 없는 숙연함을 느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오로지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 덕분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지금도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이 자유와 평화를 찾아 목숨 걸고 국경을 넘나들며 위험천만한 바다 위를 떠돌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제 오 하사님은 자신이 뛰어놀던 교정에 동상으로 다시 태어나 후배 어린이들에게 자유와 평화는 그것을 지키고자 노력한 사람들의 피와 땀을 담보로 한 것임을 일깨우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금년 호국보훈의 달 슬로건은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 평화와 번영으로 보답하겠습니다’이다.
이 슬로건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기억하고 그 은혜에 감사하며 국가유공자의 희생정신을 계승해 평화와 번영의 대한민국 실현에 기여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전쟁이라는 혹독한 현실에 맞서 후손들에게 자유롭고 평화로운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신 전쟁영웅들은 우리들에게 번영된 나라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사명도 함께 부여하신 것이다. 6월 한 달 동안은 이러한 숭고한 뜻을 새기는 기간으로 삼아야한다.
충남동부보훈지청은 이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다. 우선 6월2일 유명한 역사전문강사를 초빙한 역사콘서트를 실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독립운동가와 6․25전쟁, 민주항쟁 유공자의 삶과 영화를 소재로 ‘나라를 위해 어떤 꿈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주제를 쉽고 흥미롭게 다루어주었고, ‘역사학습 테마 체험존’ 방탈출 카페를 한 달간 운영해 독립·호국·민주화의 역사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고교생 등 5000여 명이 평화통일 기원 걷기대회 체험학습을 실시했다. 중상이자와 생계 곤란자, 100세 이상자 등 150여 분에 대한 국가보훈처장 명의 위문품을 전달하고, 지역 유관 단체와 함께 감사 위문을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
무료건강 검진, 전기안전점검, 가정용 소화기와 화재 감지기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임차자금 지원, 도배, 장판 교체 등 주거환경 개선사업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유공자들께서 스스로를 명예롭게 느끼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분들 스스로 갖게 되는 자부심과 명예로움은 가치 있는 사회적, 국가적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월남전에서 을지무공훈장을 받으신 분께 대통령님 위문품을 전달해드리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 그분은 미국에서 목격한 인상 깊었던 일이라며 소개해주셨다.
마을의 작은 행사였는데 그 마을에 살고계신 참전자로서 은성훈장을 받으신 분을 초청해서 참석자들에게 소개하고 박수를 치게 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감동 받았다고 하셨다.
이웃에게서 진심어린 박수를 받는 것, 그것은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명예로움이니 우리나라도 그러한 풍토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전쟁을 겪었던 우리나라는 마을 어디에나 많은 참전유공자분들이 살고 계신다. 미국의 예와 같이 작은 마을단위 행사라도 이 분들을 초청해서 그분들의 헌신과 희생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드리는 일이 일상처럼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