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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옆 오막살이 살기 어렵다

등록일 2003년03월0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명경 장재리 2구 부녀회 총무는 가슴에 늘 서류뭉치를 품고 다닌다. 마치 무슨 장식물이라도 되는 양. 지난 21일(금)에는 머리띠까지 둘렀다. 경부고속철도 첫 기착지가 이 총무의 패션을 이상스럽게 만들어 논 것이다. “멀쩡하던 애가 정신질환이 안 생기나, 소들이 죽어 나자빠지지 않나 그것도 모자라 또….” 고속철도 공사로 인해 장재리 주민들은 소음과 분진으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21일 머리띠를 두른 까닭도 공사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벌써 수년 전부터 고속철도 공사가 시작돼 왔는데 이번에는 철도공사에서 장항선 복복선 사업으로 철도가 넘어온다는 것이다. 이미 11채의 집이 철도공사에 넘겨져 공사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주민에게 또 다른 고통을 예고하는 것이다. 지금도 완성되지 않은 고속철도 기둥 밑을 지나서 출퇴근, 등하교를 하는데 복복선 사업까지 시행되면 주민들의 통행로는 완전히 단절될 뿐만 아니라 공사로 인한 소음 및 진동에 또 한번 시달림을 받아야 하는 실정. 이 총무는 주민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한데 뒷짐지는 아산시나 정부나 정부관련 시행처를 두고만 볼 수 없어 실력 저지에 나선 것이다. “고속철도로 가면 건교부에 가서 따지라 하고 건교부에 가면 아산시로 가라 하고 아산시에 가면 정부가 하는 일이라 모른다고 하고. 기가 막혀서 원, 차라리 천안으로 편입을 시켜주지 이게 뭡니까. 책임도 못질 신도시를 왜 개발해 놓고 주민 고통만 주냐고요.” 설움에 지친 목소리로 이 회장은 토로한다. 이곳 주민이 바라는 것은 ‘선 이주, 후 시행.’ 말 그대로 주민들부터 이전을 시키고 공사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아산시민이든, 천안시민이든 좋으니 주민이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신도시 건설로 땅값이 치솟는다고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돈이 우선이 아니다. 주민이 먼저 살길을 여는 것이 먼저다. 이곳 떠나면 농사지을 곳도 없고 생계도 막막하지만 “주민들을 탁구공처럼 이리저리 쳐대는 꼴은 더 못 보겠다”며 이 총무는 편안한 쉴 곳이 되지 못한 지 오래인 집으로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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