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까치와의 전쟁에 임하고 있는 시골, 이제 도심지에서는 일명 ‘도둑고양이’와의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돌멩이를 던져도 빤히 쳐다보는 통에 무섭고 진저리쳐진다는 고양이들. 특히 새벽녘 고양이들이 내는 애기울음소리는 몸서리쳐질 정도. “밤이 무섭다”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9백60세대가 살고 있는 아산 배방면 신라아파트에서는 고양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주로 초저녁에 주차장을 배회하는 고양이들을 목격하게 되는데, 다음 날 새벽 찢겨진 쓰레기 봉투를 바라보는 경비원들의 고통이 크다.
고양이 소동은 비단 신라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골마을은 차치하고라도 도심지 전체가 고양이 서식지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두세 건의 고양이 얘기는 다 갖고 있다.
최근 시청 홈페이지에 고양이를 잡아달라는 의견이 올라와 있기도 한 봉명동 천안의료원 뒷골목길 한샘슈퍼 인근은 대표적인 ‘고양이 거리’다.
“덩치가 개만한 고양이도 봤어요. 밤에 보면 소름끼쳐요. 낮에도 눈이 맞닥뜨리면 오히려 제가 움찔해지는 데요, 뭐. 한번은 고양이끼리 싸우는 걸 봤는데 털이 곤두서고 허리가 휘어지는데 진짜 무섭더라구요.” 이곳에서 가게를 연 지 4년 됐다는 김신자(46) 한샘슈퍼 주인은 고양이가 언급되자 할 말이 많은 듯 얘기보따리를 푼다.
“밤이든 낮이든 쓰레기를 못내놓을 정도예요. 죄다 뜯어놓는 통에 뒤치닥거리하기 바쁘죠” 하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쓰레기 집하장을 가리킨다. 그곳에는 낮이라 두서너 쓰레기 봉투만 덩그라니 놓여 있었다.
이영희(60)씨는 재미있는 얘기를 꺼내놓았다. “작년 이맘때쯤 지하 보일러실을 내려갔는데 한쪽 구석에 5~6마리 새끼를 낳은 어미고양이를 만났지요. 며칠 있다 다시 보니 없어졌더라구요. 도둑고양이들의 번식력은 대단한 것 같아요.” 이씨 얘기에 옆에 앉아 있던 이도 “나도 새끼친 고양이를 본 적 있다”며 맞장구를 친다.
얘기는 ‘고양이 앙심’으로까지 번져갔다. 고양이가 아궁이로 들어가면 죽은 시체도 선다는 얘기부터 고양이를 강 건너 멀리 버렸더니 어느 날 새끼쳐서 몰려와 임신부에게 해를 끼쳐 복수한 얘기도 있다는 황순자(69)씨는 “고양이는 왠지 무섭다”고 정색이다.
“고양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그런 거 있잖아요. 고양이 고기는 관절염에 좋다거나 하는 거 말이에요. 진짜 관절염에 좋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머지않아 고양이 잡는 사람들이 생길 거예요. 지금도 도둑고양이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언제까지 방치할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까치 1마리당 2천원씩 포상한다는데 조만간 고양이도 포상대상이 될지 모를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