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해 후보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아산시 기초의원 입후보자 중 유일한 여성후보며 청년후보인 자신이 기호 ‘가’번을 받을 수 없는 결격사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충남도의원 3선에 도전하던 장기승(57) 후보는 아산 제1선거구 자유한국당 공천경쟁에서 재선 아산시의원 이기애(57) 후보에게 패했다. 장기승 후보는 도의원 공천경쟁에서 패배하자 목표를 바꿔 아산시의원 가선거구 후보로 등록했다.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아산정가에는 장기승 후보가 자유한국당 충남도당 공천심사위원회로부터 아산시 가선거구에 기호 ‘가’번으로 내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둘러싼 한국당내 기류가 심상치 않다. 불공정 시비에 휩싸인 충남 아산시 가선거구(선장·도고·신창·온양4동·온양5동) 자유한국당 공천논란을 들여다 봤다.
후보도 울고, 동료도 울고, 지지자도 울고…“왜?”
이영해 후보는 “나는 정당한 경선에서 졌다고 남의 밥그릇을 빼앗는 저급한 짓은 하지 않겠다”며 기자회견문을 읽다 울음을 터뜨렸다.
“경선에 졌다고 남의 밥그릇을 빼앗나? 원칙도 없고, 상식도 없었다. 공천결과를 납득할 수 없지만 시민만 보고 가겠다.”
광역의원 공천경쟁에서 탈락하자 기초의원 후보로 선회한 장기승 후보에 대한 자유한국당 내부의 반발 기류가 거세다. 그동안 자유한국당 공천을 위해 지역구를 관리하던 정공철 예비후보는 장기승 후보의 합류로 컷오프 되자 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유일한 아산지역 여성·청년 후보로 기호 ‘가’번을 기대했던 이영해(46) 후보는 15일 오전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문을 담담하게 읽어 내려가던 이영해 후보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울먹이다 끝내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이영해 후보의 기자회견문 낭독이 중단되자 어디선가 그 다음 문장을 받아 읽어주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기애 충남도의원 제1선거구 후보였다. 이기애 후보 역시 애써 눈물을 참으며 이영해 후보를 응원했다. 그러자 이영해 의원 캠프는 지지자들의 박수와 함께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이영해 후보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응원에 힘입은 이영해 의원은 남은 기자회견문을 끝까지 읽었다. 이영해 의원은 “엄마의 마음과 며느리의 정성으로 여풍당당하게 아산시민의 평가를 겸허히 받겠다”며 “현명한 아산시민과 선장면, 도고면, 신창면, 온양4동, 온양5동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믿는다”며 마지막 문장을 낭독했다.
지역구 포기하면 비례대표 주겠다?
충남도의원 제1선거구 이기애 후보가 이영해 후보를 응원하다 지지자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다음은 이영해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아산시의원 가선거구의 공천과정 전말이다.
5월14일, 이영해 후보는 당으로부터 공천관련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 채 SNS를 통해 자신이 기호 ‘2-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영해 의원이 당에 확인한 바로는 충남도의원 제1선거구 경선에서 탈락한 장기승 후보가 아산시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며 기호 ‘가’번을 요구했고, 충남도당은 실제로 그 요구를 들어줬다는 것이다.
앞서 자유한국당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원 공천에 50% 가량 여성·청년·정치신인 공천방침을 정했다. 이들이 경선에 도전하면 20% 가산점을 부여해 진입장벽을 낮춰주겠다는 의도다. 이영해 후보는 이 규칙이 실제 적용됐는지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은 지역구 출마를 위해 몇 년간 지역구를 관리해 온 이영해 후보에게 비례대표 출마를 종용했다. 현재 제7대 아산시의회 비례대표 의원인 자신에게 또다시 비례대표가 되라는 제안을 이영해 후보는 거절했다. 그러자 당내 일부 당직자는 이영해 의원에게 해당행위라며 공격했다.
이영해 후보가 당선이 유력한 비례대표를 거절한 이유는 지난 4년간 비례대표를 꿈꾸며 당에 헌신하고 봉사해온 비례대표 후보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이유다. 또 이 같은 결과는 여성의 정치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잘못된 행위라고 판단했다.
도의원 경선 탈락자 살리려고 여성과 신인 배제?
기자회견 도중 이영해 후보가 눈물을 보이자 지지자들이 함께 울고 있다.
이영해 후보는 아산시 기초의원 입후보자 중 유일한 여성후보며 청년후보인 자신이 ‘가’번을 받을 수 없는 결격사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 아산에서 유일한 여성이며 청년후보를 ‘배제’하고 도의원 경선에서 탈락한 장기승 후보에게 ‘가’번을 ‘배려’해 준 의도는 유권자들의 의사결정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도당에 번호배정 근거를 요구했으나 납득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영해 후보는 “여기서 출마를 포기한다면 원칙과 정도를 무시한 변칙과 편법에 굴복하는 것이고, 그동안 나를 지지하고 아껴준 시민들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나는 불합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당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6.13 지방선거에 당당히 나서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장기승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아산시의원 출마설이 사실인가?”묻자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의사표현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기자가 “그렇다면 아산시의원 출마의사는 없다는 말인가”되묻자 장 후보는 “도의원 경선에 떨어진 후 너무 힘들어 아무런 판단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이상 묻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재선 아산시의원인 이기애 후보에게 경선에서 패해 충남도의원 3선 도전에 실패한 장기승 후보는 5월14일 아산시의원 가선거구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막말 성희롱’ 당 떠나겠다던 장기승 의원은 어디에?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여성후보에 대한 성희롱 막말파문으로 당과 이명수 후보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당을 떠나겠다던 장기승 후보는 현재 자유한국당 아산시의원 후보 신분이다.
한편 장기승 후보는 2012년 4월2일, 총선을 앞두고 배방농협 앞에서 열린 이명수 선진통일당 국회의원 후보 지지연설에서 여성후보인 민주당 김선화 후보를 거론하며 성희롱 막말파문을 일으켜 지역정가를 경악시켰다.
그날 장기승 충남도의원은 “김선화 후보는 처녀다. 법무부 장관이 인정하는 57세 노처녀다. 그러나 보사부(보건복지부) 장관은 잘 모르겠다. 검사를 안 해봤기 때문에….”라고 말해 민주당과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했다.
그러자 장기승 후보 소속정당인 선진통일당은 김선화 후보와 대국민께 드리는 사과성명을 발표하며, “김선화 후보와 국민들께 씻을 수 없는 모욕과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장기승 충남도의원을 곧 출당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또 장기승 후보 본인도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잘못을 인정하며 당과 이명수 후보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당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당시 여성후보에 대한 성희롱 발언으로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장기승 후보는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재판부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후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합당하면서 장기승 후보 출당·탈당건은 슬그머니 묻혔다.
장기승 후보는 자유한국당 소속 재선 충남도의원으로 문화복지위 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자유한국당 제8대 아산시의원 예비후보 신분이다.
아산시 가선거구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최재영(55) 조미경(46), 자유한국당 이영해(46) 장기승(57), 무소속 정공철(52), 무소속 성시열(54) 등 6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했다. 이 중 3명이 당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