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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악순환은 사회적 책임이다

등록일 2018년05월0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진성(47·가명)씨는 5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다. 40대 후반에 퇴직해 모든 자산과 대출을 끌어 모아 식당을 차렸지만 1년도 못 버티고 폐업했다. 재취업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당장 다음 달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암담하기만 하다.

박수현(84·가명)씨는 혼자 사는 80대 노인이다. 43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임대료, 공공요금, 식료품값 등 돈은 늘 부족하다. 요즘은 치아까지 말썽이다. 일자리를 구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아무도 써주지 않는다. 앞으로 병원갈 일은 많아지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김윤철(24·가명)씨는 휴학 중인 대학생이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비를 충당한다. 최근에는 소액대출까지 받았다. 처음에는 작은 돈이었지만 빚이 점점 쌓이고 있어 덜컥 겁이 난다. 졸업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송수호(17·가명)군은 고등학생이다. 친구들은 다음 달 수학여행 간다고 새 옷을 사고, 여행계획도 세우며 들떠 있다. 송군은 이런 친구들과 대화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늘 소외감을 느낀다. 당장 여행경비를 내야 하는데 집에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안수철(18·가명)군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을 하다 다쳐서 누워있다. 어머니 혼자 식당주방에서 하루 종일 일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데 먹고사는 것조차 힘들다. 중학생인 동생도 있는데, 이들 두 형제는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고 싶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어 절망감이 든다.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현재 163만명이 생계와 의료, 주거비 등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생활하고 있다. 또 이들보다 더 어렵거나 다를 바 없는 93만명의 빈곤층도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국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생활 속의 빈곤은 누구나 체감하고 있으며, 누구라도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실직이나 해고를 당했을 때 생계걱정 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노동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개인의 노력이 부족하거나 무능력해서가 아니다. 사회적 안전망이 그만큼 허술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질서를 지키고,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려면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노동자의 권리부터 보호해야 한다.

편집국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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