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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봉입니까”

등록일 2003년02월2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공무원이 돈을 뜯긴다?’ 예전 같으면 세상이 거꾸로 돌아갈 말이지만 지금은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행정 실태다. 교통과 지도담당으로 생활한 지 5개월째인 박철호씨. 교통문제를 얘기하다 보니 “뜯긴 적도 있다”고 하소연, 충격적인 발언이다. “발령받고 얼마 안돼던 때였어요. 아마 작년 10월 초순경인가. 연거푸 두 번을 떼였죠.” 사연인즉 골목길을 막아선 불법 주차 차량으로 시작됐다.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다. 모 가게 주인이었다. 누가 골목길을 막아놨으니 처리해 달라는 것이었다. 현장에 급파된 직원은 차량번호 조회를 통해 전화했지만 연락두절. 게다가 차량 주인은 휴대폰도 없었다. 주정차 금지구역은 강제 견인할 수 있다지만 ‘외 지역’은 그런 규정이 없어 행정처리상 난처한 부분. 할 수 없이 차 문을 열고 사이드를 풀어 한쪽으로 밀쳐 막힌 교통을 뚫었다. “별 생각 없었죠. 그런데 전화가 온 거예요. 차 안에 놔둔 물건을 잃어버렸다나요.” 떼쓰는 데는 답이 없었다. “법으로 해결하고 싶었으나 문제를 확대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정리했죠. 당시 우리 과(교통과)가 공무원 비리다 해서 어수선했고, 여러 정황이 좋지 않았죠.” 직원들 박봉생활은 자신이 잘 아는 일. 박씨는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30만원을 건네주고 해결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똑같은 사안이 발생, 또다시 10만원을 물어주었다. “그 다음부터는 요령이 생기더군요. 현장에서 증인을 세우는 거죠. 민원인에게 책임을 당부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목격하게 하는 거죠.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반드시 일지에 적어놓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같은 요령은 이후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경찰이 맡아야 한다고 봐요. 우리에게는 주정차 금지구역 외의 권한이 없지만 경찰은 강제 집행할 수 있거든요.” 교통흐름에 방해되니 차를 치워달라는 내용의 하루 시 접수건은 적게 3건에서 많게는 20건을 넘는다. 최근 감사원 감사가 천안시를 훑고 갔다. 박씨는 교통단속 실태를 얘기하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이같은 말을 건의하기도 했다. 박씨에 따르면 돈 떼먹힌 사건은 민원처리시 발생하는 많은 애로점의 일부에 속한다. 지난 1월 주정차 단속에 아르바이트생 70명을 고용해 봤다. 신청자가 대부분 여성이었던 이들은 단속과정에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이들로 얼마 못버텼다. “단속 직원들에게 늦은 밤 전화하는 것은 흔한 일이죠. 저도 이같은 스트레스로 휴대폰을 바꿀까 하는 생각도 자주 들 정도예요.” 교통단속의 어려움을 실타래 풀 듯 풀어 놓으면서도, 박철호 담당의 마지막 한마디는 걸작이다. “3월부터는 단속직원들에게 주말에도 팀별로 단속 순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더니 불만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저도 알죠. 고생하는 것을 왜 모르겠습니까. 그래도 우리 일 아닙니까.” 시 공무원의 애환을 말하는 중에도 그의 손에는 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민원인 글이 놓여 있었다. 얼핏 보니 ‘현장을 직접 보시고 한 답변인지요?’ 라는 제하의 글이었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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