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갈 거냐는 말에 신안동 직원들은 “무슨 소리입니까, 하겠다고 하면 끝까지 가야죠” 하며 ‘차량2부제’시행에 자신감을 보인다.(윗줄 맨좌측이 이남동 총무담당)
이른 아침. 신안동사무소 정문으로 들어서는 승용차 안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나, 둘, 셋, 넷. 모두 네 명이나 된다. 쌍용동 방향에서 출근하는 차량이다. 잠시 뒤 다가동 차량도 3명, 청수동 차량은 2명이 내린다. 보통 직원 혼자 끌고 오는 출근길이지만 요즘 신안동은 뭔가 특별하다.
“움직이면 모두 에너지 아닙니까. 시민에게 말로만 떠들게 아니라 실제 에너지 절약의 모범을 보여야죠.”
20명이 생활하는 이들 동사무소 직원들의 특별함은 ‘카풀제’에 있었다.
제안자는 이남동 총무담당(44). ‘담배 끊기’나 ‘술 끊기’ 아니면 ‘새벽운동’을 하겠다며 작심하는 새해. 이씨는 직원들에게 ‘차량홀짝제’를 하면 어떻겠냐고 부추겼다. 3보 이상 걷는다면 차를 타겠다는 요즘 시대.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불편을 감수하고 자발적으로 한다는 건 무리가 따르는 법.
그래도 취지가 좋다 보니 반은 용기있게 끄덕였고 나머지는 ‘해보죠’ 하거나 마지못해 불만을 품은 채 따르는 직원도 있는 것 같다는 이씨.
“그래도 어떡합니까. 자율이라고는 하지만 조직사회, 공동사회에서는 전체참여에 따를 줄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조직체’임을 강조하는 이씨의 험악한(?) 표정도 작용했는지 지난 17일(월)부터 시행하는 2부제는 기대에 부응했다.
신부동 먹자골목 내에 자리잡은 신안동의 주차면은 겨우 13면. 세무나 건축, 청소, 상수도 검침 등의 업무로 수시로 들락날락하다 보면 직원차량이 9면을 차지할 정도였으나 이제는 5면 정도를 차지하게 됐다.
“평상시 민원인 주차장으로 6면 정도면 되는데, 인근 대형 보험회사 등의 차량으로 항상 만원이죠. 단속 인력을 두지 않는 한 관리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살짝 물어봤다. 좋은 제안이라도 보통 아랫사람만 시행을 강요당하는 것 아니냐고. 그런데 “우리 동장님(장성균)은 집이 구성동인데 평상시 버스를 이용하거나 걸어다니길 즐깁니다. 아마 날씨 풀리면 저쪽에 있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실 거예요” 한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절약’은 생존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도 차량10부제다 영업시간 외 불끄기, 가로등 격등제 등 에너지 절약정책을 펴고 있다. 심지어 강제규정까지 마련하고 있는 에너지 전쟁에 신안동사무소 직원들은 ‘나 부터’임을 강조하며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