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책임질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체감하는 인권문제는 어떨까요? <충남시사>는 학교와 교실에서 청소년들이 느끼는 인권감수성에 대한 실태보고서를 발표한 어린이책시민연대 김용실 대표와 함께 청소년인권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교육감 후보들도 함께 고민해 주길 바랍니다.<편집자주>
충남학생대표단은 충남학생인권더하기와 함께 학교에서 겪거나 목격한 억울한 사연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추워도 외투를 마음대로 입을 수 없어요”-64.7% / “머리 모양이나 색깔에 대한 규제가 심해요”-74.9% / “점심시간에도 휴대전화 사용을 못해요”-94.5% / “직접 체벌을 당하거나, 주변에서 친구들이 당하는 것을 목격했어요”-58.4% / “선배 또는 친구인 ‘선도부’가 학생을 감시하고 통제해요”-67.3% / “성적이나 외모 때문에 학생회 임원으로 출마할 수 없어요”-55.3%
충남지역 중·고등학생들이 처한 현실이다. 어린이책시민연대(공동대표 김용실)가 충남청소년인권+(더하기), 충청남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공동으로 ‘2017 충남학생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충남학생인권실태조사를 기획한 어린이책시민연대 김용실 대표를 통해 학생들의 교실 안 풍경을 상상할 수 있었다.
보고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떠한 인권침해를 경험하는지, 두발 규제부터 학생자치권 보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 또 학교에 대해 학생들의 전반적인 인식과 학생인권침해를 정당화하는 사회적 통념에 대해 학생들은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조사 설계부터 청소년주체가 직접 참여하고,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담았다. 또 조사결과에 대한 분석도 청소년주체가 함께 하면서 학생인권증진을 위한 정책적 실천적 대안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김용실 대표는 “학생인권조례가 아직까지 제정되지 않은 지역상황과 인권보장 관점에서 충남학생 생활실태가 조사된 적이 없었다”며 “충남지역 학생들의 인권수준을 보다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청소년들을 같은 시민으로 존중하고, 교육당국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어린이책시민연대는’ 1~19세까지 어린이로 규정하고, 어린이들의 ‘책 읽을 권리’와 ‘책 읽지 않을 권리’를 지켜주며, 강요와 평가의 도구가 된 책읽기를 반대하는 시민운동을 하고 있다.
어린이책시민연대 김용실 대표는 “충남지역 학생들의 인권수준을 보다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청소년을 같은 시민으로 존중하고, 교육당국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학생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차별받는 학생,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
충남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지는 않았으나 진보적 교육감 선출과 시대의 변화와 함께 학생의 인권이 증진됐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조사결과 지역 학생들이 겪는 인권침해와 학교생활에 대한 고통의 호소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표현의 자유, 자기결정권 및 참여권, ‘권리가 무엇인지 배울 권리’ 등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었다.
조사 학생 절반은 ‘학교가 학생들을 차별’하고 있으며,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드시 교복위에 외투를 입어야 한다는 등 복장규제가 64.7%, 기본권 침해로 인정된 머리 길이 규제도 20%가 있다고 응답했다. 두발규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학생은 27%에 이르고, 양말이나 신발, 스타킹의 색깔까지 규제하고 있다는 응답도 11.2%나 됐다.
체벌을 당하거나 목격한 학생도 둘 중 한 명꼴로 나타났다. 체벌은 유엔고문방지협약에서도 ‘고문’의 일종으로 분류하는 심각한 인권침해며, 초중등교육법이 금지하고 있다. 특히 사립중학교에서는 체벌과 언어폭력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학생인권실태조사를 위한 학교당국의 협조를 받지 못한 일부 학교는 조사원들이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게릴라식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벌점 남발, “스스로 변론할 기회조차 없다”
체벌의 대안으로 실시되는 벌점제는 비교육적인 통제 수단으로 전북과 경남교육청은 이미 폐지했으나 충남은 절반 넘는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다.
학생들은 ‘벌점제로 체벌이 줄었다’는 문항에 ‘그렇지 않다(63.6%)’, ‘벌점 기준이 불명확하다(49.6%)’고 응답했다. 이는 벌점제가 체벌의 대체수단도 아니며 학교의 자의적인 학생 통제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립고 학생들은 ‘벌점을 무기로 학생을 협박한다’는 문항에 56.7%가 ‘그렇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벌점제로 고통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내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인권침해도 심각했다. 성적 등을 이유로 학생회 대표로 출마하지 못하고(55.4%) 학생 넷 중 하나는 ‘성적 또는 외모 등을 이유로 차별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은 방과 후 강제학습을 시키고, 법적 근거도 없는 비교육적인 ‘선도부’가 있으며, 쉬는 시간에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고, 불시 소지품 검사를 하고, ‘징계 시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주지도 않는다고 답변했다.
학교 구성원이자 배움의 주체로 자치활동에 참여할 권리에 대해, 학생들은 ‘학칙 제·개정시학생의 의견이 무시(42.4%)’되며, ‘교사나 학교에 의견을 말할 때 혼나거나 불이익이 걱정된다(43.3%)’고 응답했다.
교내 표현과 집회의 자유가 제약되고 있으며, 자치활동 예산이 부족한데다 자유롭지도 않고, ‘교내외 문제를 고발할 때 학교의 눈치를 본다(38.6%)’고 응답했다.
‘권리에 대해 배울 권리’도 보장되지 않았다. 인권옹호기관에 대해 절반 넘는 학생들이 ‘모른다’로, 권교육 경험에 대해서는 절반이 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학생 두 명중 한 명꼴로 ‘학교 공부가 진로를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변화를 요구했다. ‘학생을 존중하면 학생도 교사를 존중할 것(83.4%)’, ‘학생인권보장을 위한 법·제도 필요(85.5%)’ 등으로 인권 친화적 학교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학생인권실태조사에 학생들은 적극 참여하며, 자신들의 불합리한 일상과 학교의 인권침해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춥다’ ‘덥다’ 감각마저도 억압하는 교실
학생 개개인의 ‘추위’와 ‘더위’에 대한 감각마저도 학교가 획일적으로 통제하고 억압한 사실은 충격적이다.
복장규제에 대해 ‘추운데도 따뜻한 옷을 입지 못한다’는 답변이 64.7%나 나왔다. 교복 규제의 경우 외투를 입는 것에 대한 규제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개인별 체감 추위가 다름에도 외투 착용에 대해 제한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다.
2016년 교육부는 외투 규제는 학생들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허용하도록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아예 외투 안에 교복 상의를 입지 않아도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학교에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46.5%의 학생들은 교복을 줄이거나 변형하는 것에 대해 규제받는다고 응답했다. 양말이나 스타킹, 가방, 신발 등의 색깔을 규제하고 있다는 응답도 11.2%나 된다. 체벌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물론, 고문방지협약에서도 ‘고문’의 일종으로 분류하고 있는 심각한 인권침해다.
체벌과 언어폭력에 대한 조사결과 직접체벌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학생은 41.6%, 언어폭력 경험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학생은 38.8%로 절반에도 이르지 못했다. 반대로 절반 이상의 학생이 체벌과 언어폭력으로 모욕과 불안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충남은 특히 사립중학교에서 체벌이 ‘자주 있다’(29.6%), 간접체벌이 ‘자주 있다’(40.4%), 교사의 언어폭력(31.3%)로 심각한 상황임이 드러났다.
김용실 대표는 “체벌은 ‘벌’이 아니라 고통과 수치심을 야기하는 ‘폭력’이다. 학생은 ‘맞아도 되는 존재’로 여기는 차별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경험하는 체벌은 학생들에게 ‘잘못하면 때려도 된다. 맞을 짓이 있다’는 식의 폭력을 허용하는 잘못된 가치관을 확대 재생산될 개연성이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어린이책시민연대는 충남청소년인권+(더하기), 충청남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공동으로 ‘2017 충남학생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학생인권증진을 위한 토론회를 2017년 11월3일 아산교육지원청 강당에서 실시했다.
학생은 교복 입은 시민으로 존중해야 한다
“학생은 단지 교복을 입었을 뿐 시민이다. 보통의 시민과 마찬가지로 존중해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아동권리 4가지 기본원칙은 학생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무차별’, ‘최선의 이익’, ‘생존과 발달’, ‘참여’의 원칙이 그것이다.”
충남학생인권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는 이번 설문조사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놨다.
첫째, 인권적 학생지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체벌은 즉시 중지해야 하며, 체벌의 대안으로 제시된 상벌점제 역시 폐지해야 한다. 학생이 학생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선도부 역시 즉각 폐지해야 한다.
둘째, 기본권적 자유권을 보장해야 한다. 두발규제, 휴대전화 등 인권위 권고 내용을 교사, 학생, 보호자에게 적극 알리고, 학생이 직접 참여해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학생을 규율하는 생활규정을 제·개정해야 한다. 이밖에도 의사표현의 자유, 집회 및 단체행동의 자유, 방과 후 학습 선택권 등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학생이 차별받지 않도록 한다. 학교가 학생을 차별한다고 느끼는 성적이나 외모 등을 개선해야 한다. 학생회 임원 출마 제한은 차별이다. 또 징계를 받은 학생에게는 소명권을 보장해 기본권 침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넷째, 자치와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실질적인 참여를 위해 학생회·동아리 활동시간 보장과 예산지원 등이 필요하다. 특히 집회와 단체행동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를 충실히 보장해야 한다.
다섯째, 교사와 학생 모두 ‘권리에 대해 배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인권교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인성교육이나 각종 예방교육과 맞물려 진행되지 않은지도 살펴야 한다.
학생은 교복 입은 시민으로 존중받아야 하며, 모욕과 차별 없는 인권친화적 학교를 만들자는 내용이 담긴 기념 뱃지.
학교당국 방해에 게릴라식 설문조사로 대응
충남학생인권조사는 충남지역 시민사회 활동가 30여 명이 참여했다. 사전 협조공문을 발송해 원활하게 진행된 학교가 있는 반면, 일부 학교는 노골적으로 설문조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협조를 받지 못한 일부 학교에서는 조사원들이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게릴라식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학교에서는 어김없이 학생들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었다.
충남 중·고등학생을 모집단으로 한 이번 조사는 2017년 8월29일~9월29일까지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공립중·고, 사립중·고, 특성화고, 특목고 등 유형과 시·군별 임의할당에 따라 모두 64개 학교에서 1511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조사방법은 학교를 방문한 조사원이 학생들에게 질문지에 직접 기입하도록 했고, 95% 신뢰수준에 ±2.51%의 오차범위를 보인다.
충남학생대표단, 교육감과 ‘담판’
충남학생대표단은 ‘충남 학생인권 실태조사 보고서’를 분석하고, 학생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직접 김지철 교육감과 면담을 추진하며 8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2017년 12월22일 충남학생대표단은 ‘충남 학생인권 실태조사 보고서’를 분석하고, 학생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직접 김지철 교육감과 면담을 추진했다. 학생들은 ‘2017 충남학생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드러난 심각한 학생인권의 현실을 직시하고, 참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장 해결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학생들은 김지철 교육감에게 즉시 해결을 촉구하는 8대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신체감각마저 통제하는 외투규제 폐지.
2. 신체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제한하는 두발·화장 규제 폐지.
3. 휴대전화 일괄수거 및 압수 폐지.
4. 모욕감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어폭력을 포함한 모든 체벌 금지.
5. 기준과 원칙 없이 시행되는 벌점제도 폐지.
6. 법적근거 없이 학생이 학생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선도부 폐지.
7. 성적으로 피선거권 제한하는 차별중단과 학생자치활동의 실질적 보장.
8. 교사와 학생 모두 실질적인 인권교육 시행.
김용실 대표는 “학생 입장에서는 매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요구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들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충남교육당국은 아무런 요구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남학생대표단은 충남학생인권더하기와 함께 학교에서 겪거나 목격한 억울한 사연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충남학생인권실태조사는 설계부터 청소년주체가 직접 참여하고,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