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도 흥이 나지 않는군요.”
한 유권자의 볼멘소리가 튀어나오자 주변사람들이 장단을 맞춘다. 흥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가 뭘까 들어보니 ‘예전과 같다’는 말이다. ‘예전처럼’이란 말 속에는 ‘개혁되지 않는 선거문화’가 깔려있다. 우리는 더 나은 선거문화를 위해 무엇을 개혁하고 개선해야 할까. 자료를 모으고, 의견을 모아봤다.
첫째,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가 저조하다. 가까운 이웃도 모르는데 두세 개 지역을 묶는 중선거구제를 택하고 있는 현실에서 후보자의 ‘정체(진면목)’를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단편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세금미납여부와 전과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이 전부다. 게다가 지방선거는 도지사, 도교육감, 시장(군수), 도의원, 시의원,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선호도, 재보궐선거 등 10개 안팎의 선거를 한꺼번에 치러야 한다.
둘째, 인재들의 참여가 거의 없다. 시·도의원의 경우 한때는 ‘무급제’로 운영됐다가 가난한 인재들의 참여를 위해 웬만한 중소기업 근무자보다 두세 배 많은 ‘유급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인재들이 정당후보가 되고 당선이 되기 위해서는 정당 또는 정당의 소수권력자에 ‘충성’해야 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아무리 출중한 인재라도 정당의 말을 듣지 않고, 아부라도 하지 않으면 공천을 받고 당선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셋째, 후보들의 선거활동이 아직도 ‘인사하는 것’이 전부라는 점이다. 후보자에게 물어보면, ‘인사하는 것이 능력이나 도덕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지만 같은 조건이면 인사라도 많이 하는 사람을 찍어준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어차피 모르는 사람들,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이고 인사하고 악수하면 표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아직 선거의 민낯이다.
넷째, 현직의원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있다. 원래 의회의 발전은 능력(또는 도덕성)을 걸러주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의원자격을 얻은 사람은 재선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은 ‘물갈이’를 통해 기존보다 더 나은 의원집단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의정활동을 잘한 사람도, 못한 사람도 한통속으로 재선되거나 낙마한다. 이는 유권자의 선택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정당에서 일방적으로 당선시키는 일련의 조직활동에 기인한다.
오는 지방선거에서 한 가지라도 풀리길 기대하진 않지만, 다음 번에 더 나아질 수 있는 희망이라도 엿보고 싶다. 우리 모두의 숙제로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