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에는 ‘아님말고식’ 정치전략이 기승을 부린다. 정치환경을 퇴보시키는 오랜 병폐다. 특히 자의든 타의든 불법의혹에 휘말리게 되면 사형선고와 같은 영향이 미친다. 예를 들어 ‘정치인 A씨가 뇌물을 받았다더라’는 혐의가 나타나면 ‘뇌물을 받았다’로 낙인찍는 현실이다.
‘시간차 공격’이란 게 있다. 배구에서 타이밍을 빼앗아 공격하는 전법으로, 수비가 쉽지 않다. 선거철, 정치세력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다. 불법의심이 제기되면 법의 판단은 적정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선거일이 정해져 있다보니 유권자들은 ‘제껴놓고’ 판단해 왔다. 죄의 유무를 반반으로 추정해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이를 방비하려면 법적판결이 지금보다 훨씬 신속해지거나, 선거철엔 공신력 있는 기구가 별도 심의를 통해 적정한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
최근 구본영 천안시장이 이런 상황에 빠져있다. 몇몇 불법적인 의혹이 제기되자 시장측은 ‘음해성’이라며 말도 안되는 선거정치공략으로 몰아붙였다. 하지만 고발은 경실련까지 가세하고 있다. 경쟁정당은 이를 ‘호재’로 삼아 연일 성명서와 논평으로 시장과 해당정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시장측은 거짓의혹으로 선거에 악영향을 받는다고 우려하지만, 다른 쪽에선 짙은 의혹을 가진 사람이 당선이라도 되면 후폭풍이 심각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양보없는 싸움에 현실의 피해자는 누구고, 진실의 피해자는 누구일까.
시장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고발건을 비롯해 ‘즉각사퇴’까지 촉구하는 천안아산경실련 또한 ‘어용’소리를 듣게 됐다. 법적결과에 따라서는 존폐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
이런 경우 ‘공정성 심의기구’라도 있어 시비(是非)를 가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짧은 기간에 판단해주는 것이라서 정확성의 문제는 여전히 남겠지만, 정치공략에 악용되는 상황들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정치행위는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정직한 일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는 누구나 볼 수 있는 후보자 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거기에는 세금납부여부와 전과기록이 제공돼 있다. 선거철, 불법시비는 당사자뿐 아니라 유권자에게도 곤혹스런 일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 올바른 정치일꾼을 뽑기 위해서라도 시비를 신속히 가려줄 ‘공정기구’가 생겨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