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눈에 띄는 일은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다. 예전에는 정치인들이 책을 출판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언제부턴가 너도 나도 책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유는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선거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이다. 엄격한 선거법이 음성적으로 모금되는 자금을 끊으면서, 공공연히 책 파는 일이 대체수단이 됐다. 2만원짜리 책을 5000권만 팔아도 ‘1억’이 모아지게 된다. 둘째는 홍보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출판기념회를 열고, 책을 사주는 행위는 상당한 홍보효과가 있다. 수천명이 출판기념회장에 와서 많게는 20여 권씩 사가 지인에게 선물하는 방식으로, 가장 뛰어난 홍보전략이 된다. 그러나 이같은 ‘출판기념회’는 좋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첫째, 책 판매가 은근히 강압적이라는 것이다. 현장에서 방명록을 펼쳐놓고 누가 사갔는지를 기록하니, 아무리 바빠도 현장에 와서 눈도장도 찍고, 책도 사갔다는 걸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후환’이 두렵기 때문이다.
둘째, 대부분 책이 조악한 수준에 머문다는 점이다. 작가들도 책을 내기 위해 몇 년씩 정보수집에 매달리는데 정치인들은 출마를 결정하고 한두 달, 또는 두세 달이면 출판에 이른다. 급박하게 낸 책이라 오랫동안 연구하고 살핀 가치를 찾기가 힘드는 건 당연한 일. 게다가 ‘저자’라고 내세우지만 실제 본인이 쓰는 경우도 많지 않다. 대필자나, 편집자라는 형식을 빌린 대필자가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가치 없는 책이 강매되는 현실임에도 아직 현안문제로 대두되고 있지 않다.
셋째,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인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진다. 현역의원, 이를테면 현직 시장이나 국회의원 등은 그 위세를 충분히 이용한다. 책을 잘 만들고 못 만들고는 상관없다. 현역시장들의 출판기념회는 당원뿐 아니라 공무원들, 관변단체나 기관 임원들, 각종 기업가들이 출판기념회에 장사진을 이룬다. 출판기념회장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부정이라도 저지르다 들켜버린 사람들처럼’ 반갑지가 않다. 특히 공무원들이 자신의 상관인 시장의 출판기념회장만을 찾아 얼굴을 비추고 책을 구입하는 모습은 ‘강압’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반면 위세가 없는 정치인은 책을 발간해도 금전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며, 홍보용으로도 빈약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의 책 출간과 ‘출판기념회’. 건전한 선거문화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손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