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위원장 남궁영 행정부지사)가 기간제 직원이 제기한 성희롱 진정 건에 대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성희롱을 인정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피해를 호소해온 A씨는 "조작된 사실에 따른 것으로 황당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지난 16일 개최한 성희롱 진정 건에 대한 심의 결과 "피해자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성희롱이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충남도 기간제 여직원인 A씨는 "지난달 20일 직원 회식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상급 공무원(6급)인 B씨가 자신에게 '키스해주면 연봉을 올려주려고 했으나 키스를 안 해 줘서 연봉을 깎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성희롱 고충을 신청했었다.
남궁영 행정부지사는 이날 심의위원회의 결정 배경에 대해 "조사결과 상급 공무원인 B씨는 문제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며 전면 부인해 쌍방의 주장이 엇갈렸다"며 "이런 가운데 같은 자리에 있었던 직원들이 'B씨가 문제의 말을 한 적이 없다'라거나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또 "B씨와 동석했던 직원들이 'A씨가 B씨의 말을 오해해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일관되게 증언한 점에 비춰 '오해에서 비롯된 일'로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심의위원회 "회식 자리 동석한 직원 증언과 B씨의 주장 일치"
회식 자리에서 A씨가 B씨에게 '왜 누구는 연봉을 올려주고 나는 깎느냐'고 항의 조로 물었고, 이에 대해 B씨가 '그럼 내가 연봉을 올려준 사람과 서로 입이라도 맞췄다는(서로 짰다고) 거냐'고 대꾸한 것을 '키스를 안 해 줘서 연봉을 깎은 것'으로 오해 또는 곡해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심의위원회는 '서로 입이라도 맞췄다고(서로 짰다고) 생각하냐'고 한 말을 동석해 있던 복수의 직원이 들었다고 증언해 B씨의 주장과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A씨는 B씨가 주장하는 그런 대화('누구는 연봉을 올려주고 나는 깎느냐', '그럼 서로 입이라도 맞췄다는(서로 짰다고) 거냐') 자체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그런 말을 들었다'는 직원 중 한 명은 사건 다음 날 통화에서 '화장실에 가 자리에 없어 못 들었다'고 답했다"며 "그 자리에 없었다는 사람이 갑자기 있지도 않은 얘기를 들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A씨는 "B씨와 함께 사실을 조작, 허위 증언을 한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심의위원회가 피해자의 말은 배척하고 가해자 주장만 믿은 어이없는 결정"이라고 답답해했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고개 숙여 사과 드린다"는 문자 보냈다
B씨가 A씨에게 보낸 문자 내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B씨는 지난주 A씨에게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정중히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 시간될 때 연락주시면 정중하게 사과하러 가겠습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B씨가 문제의 '키스' 발언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B씨가) '오해할만한 말로 물의를 끼쳐 미안한 마음에 사과하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행위자 B씨에 대한 조사가 뒤늦게 이루어진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지난 8일 B씨에 대한 진술 조사를 했고 참고인 조사는 이후에 했다"고 말했다. A씨가 고충 민원을 제기한 지 10일 만이었다. 이 때문에 서로 말을 맞췄을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B씨 "오해하게 해 사과하려 한 것" vs. A씨 "재심 청구할 것"
이에 대해 B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억울한 면이 있었지만 말하지 않은 것"이라며 "심의위원회에서 있는 그대로 사실만 말했다"고 밝혔다. A씨는 "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도는 피해자의 고충 민원에도 행위자를 같은 공간에 발령했다는 보도 직후 B씨를 공간이 다른 사무실로 발령했다.
또 지침을 개정해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기존 여성 정책관에서 행정부지사로 격상하고 외부전문가 3명이 참여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2015년 정부의 지침 이후 3년 만의 때늦은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