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희철씨 집 부근에는 1백세대 넘는 빌라와 공판장 등이 늘어서 도로 이면의 주차공간은 항상 만원. 가끔씩 주차분쟁을 치르는 곳으로 주민간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오른쪽 담이 차희철씨네).
밤늦게 들어오는 길. 집 앞 담벼락은 낯선 차들이 빼곡히 막고 있다. 동네 한바퀴를 돌다 겨우 주차할 곳을 찾는다. 차 문을 내리니 춥고 어둔 상황에서 지팡이를 의지하기도 몹시 고달프다. 요새 며칠간 내린 눈이 빙판을 이뤄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넘어질 판이다. 몸 한쪽이 마비된 2급 장애로 걷기는 고사하고 서있기조차 힘겹기만 하다. 집까지 가는 1백여m가 왜이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거실로 들어서니 온몸이 땀으로 후줄근해진다. 4대는 댈 수 있는 내집앞 담벼락을 놔두고 자주 생고생을 해야 하니, 갑자기 화가 치민다.
7년 전 건축업자의 부도 등으로 쌓인 스트레스가 어느날 뇌출혈로 다가온 차희철씨(59?구성동). 가까스로 죽음의 문턱을 모면했으나 2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요양해야 할 형편이지만 주차문제는 그에게 감당못할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장애인에게 특혜를 달란 말은 아닙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불편한 몸을 가진 사람에게 그저 약간의 배려를 원하는 것이 그리도 어렵습니까.”
자주 반복되는 주차문제, 게다가 겨울이 되면서 더욱 힘겨워진 차씨는 지난 1월 중순, ‘재가 장애인 전용주차장 지정’에 관한 청원서를 시의회에 제출했고, 시의회도 ‘장애인 복지증진과 편의제공을 위해 재가우선 주차장 운영에 따른 조례 등을 제정할 수 있도록 시장에게 이송 처리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시도 차씨와 같은 장애인 주차문제 형편에 공감했지만 전용주차장 지정보다는 ‘거주자 우선주차’ 제도의 내년 시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 교통과 이광수씨는 “현재 서울시 등 일부 대도심권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천안도 인구 50만에 시내권 주택가 주차문제가 심각, 이같은 시행을 면밀히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시 입장에 따르면 차씨의 바람이 빠르면 내년쯤 이뤄질 전망이다. 아니, 시 검토결과에 따라서는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 “제 주장만 고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민주사회에 사는 우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작은 배려는 시 행정을 포함한 모든 시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차씨와 인터뷰 도중에도 집 앞 8m 골목길은 양쪽으로 빼곡히 주차된 차들이 비웃는 듯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