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지금까지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인 주택은 가장 안전하고 행복해야 할 공간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우리의 무관심과 부주의로 인한 화재로 한 순간에 삶의 터전을 빼앗겨 소중한 재산과 생명을 잃고 나아가 가족의 보금자리마저 잃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1417년 대명률 실화조(失和條)에 규정된 내용에 따르면 조선시대 태종은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금화령(禁火令)을 내리며 ‘실수로 자기 가옥에 불을 낸 자는 태형(가벼운 죄를 범한 경우 죄인의 볼기를 10~50대까지 5등급으로 치는 형벌) 49대, 이웃집까지 태운 자는 태장 50대를 가하도록 했다. 이처럼 선조들도 지혜를 발휘해 소중한 삶의 보금자리를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으나 현재 우리는 주택화재에 너무 느슨하게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
태종이 금화령을 내린 것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화재를 사전에 예방하고 백성들로 해금 불조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그 목적이 있었던 것처럼 현재 우리도 선조들같이 태장은 아니더라도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해 시행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전체화재 중 27%, 화재로 인한 사망자의 63%가 가장 안전해야 할 주택에서 발생해 주택 안전대책의 시급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주택화재는 대부분이 심야 취약시간대에 발생해 화재 발생을 초기에 인식하지 못해 대피지연에 따른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주택화재시 소화기를 사용해 초기 소화를 한다면 큰 화재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고 단독경보형감지기로 화재를 초기에 인지하고 가족 모두 신속히 대피할 수 있다면 인명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2012년 2월 5일부터 모든 일반주택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의 설치가 의무화됐다. 신축 주택은 건축시 반드시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나, 기존 주택의 경우 2017년 2월4일까지 설치할 수 있도록 5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이에 따라 천안시와 천안서북소방서는 일반주택의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앞당기기 위해 작년 한 해 소방사각지대와 화재취약가구 등을 선정해 주택용 소방시설을 우선 보급하고 주민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왔다. 올해에도 다양한 업무협약을 통해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을 점차 늘려 나가고 안전한 천안 만들기에 앞장서 주택화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관서만이 주도하는 소방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관이 기획하고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상호작용이 있을 때 비로소 그 정책은 빛을 발할 수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통해 주택화재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이번 정책은 시민들의 자율적인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우리의 안전하고 행복한 보금자리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주택화재 예방은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을 비롯한 우리 시민·사회구성원 모두를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